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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도서관 [2023.02] 7년만에 돌아온 장편소설 송시우 작 〈구하는 조사관〉

글.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작가의 필명은 ‘시우(時雨)’다. 농사에서는 때를 맞춘 비를 뜻하니 하늘의 선물이다. 2008년 단편소설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을 때, 지인의 조카 이름 ‘時雨’를 샀다. 척박한 한국 미스터리 소설계에 해갈의 비가 되겠다는 당돌한 포부였다. 작가는 운명을 믿지 않지만, 운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015년 『달리는 조사관』을 펴내고 7년 만에 연작 형식으로 『구하는 조사관』을 발표한 것도 일종의 운명이다. 자신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을 또 쓰겠냐 싶었지만 결국 쓰고야 말았다. 그것은 운명이고 어쩌면 숙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모델로 삼은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의 활약상!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인권증진위원회’로 작가가 20여 년 몸담았던 국가인권위원회다. 동료들이 기억하는 작가의 모습은 주인공 ‘한윤서’ 조사관처럼 세심하고 신중하다. 섣불리 목표물에 달려들지 않고 매의 눈으로 지형지물을 살핀다. 다소 발동이 늦게 걸릴 수도 있겠으나 일단 물면 끝장을 보고야 만다. 힘 자랑에 익숙한 무소불위 권력기관을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하자면, 국가인권기구는 승냥이처럼 때로 맹수를 물어뜯을 수 있는 독한 감시자여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 직업을 갖게 된 건 행운이었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나도 벗들도 모두 힘이 날 듯하다.”

 

 

인간에게 선의가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조사관 시리즈!

 

일반적으로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선의보다 악의에 집중하고 희망보다 절망을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현대사의 음울한 범죄 사건을 수시로 끌어내는 작가의 시선도 그러하다. 그런데도 작가는 인간에게 선의가 있다는 믿음을 곳곳에 짙은 메타포로 깔아두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을 묻는 말에 작가는 쿨하게 답한다.

 

“저는 선의를 믿기에 악의를 쓸 수 있습니다.”

 

조사관 시리즈는 이제 끝났는가? 작가는 정해 놓은 것이 없다고 했다.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독자들은 時雨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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