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6.9~10] AI 데이터센터, 기후 그리고 인간 존엄성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빌딩 뷰.
AI는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기술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그 뒤편에서는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함께 커지고 있다. 기후재난이 이미 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 무한한 성장을 전제로 한 AI 경쟁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질문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 존엄성과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이제 우리는 ‘얼마나 더 크게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조용한 살인자가 된 기후 재난
2026년 8월 2일 42.5도까지 올라간 경남 양산은 5일 연속 40도를 돌파하는 극한 날씨에 신음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예년과 달리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이 한산해지고, 서늘한 빙상장이나 동굴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정도로 피서지 풍경까지 변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20곳에도 한때 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특유 현상이 아니다. 6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유럽에서는 약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북미는 더위와 산불이 교차하며 문자 그대로 위험한 2026년 여름이 되었다.
미국 저술가 레베카 솔닛은 영국 일간 가디언지 기고를 통해, 여름이 ‘위험과 더위, 화재와 고통의 계절’이 되었다며 이렇게 탄식했다. “한때 전 세계 온대 지역 대부분에서 우리는 여름을 기쁨의 계절로 고대했습니다. 풍성한 과일, 긴 낮, 따스한 날씨, 학교 방학, 캠핑이나 수영 같은 활동, 여행과 모험 등 여름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여름을 두려워합니다.” 그의 표현대로 기후재난이 여름철의 ‘조용한 살인자’로 등장한 상황에서, 더 이상 눈앞에 현실이 된 기후위기를 부인하기는 어려우며, 한해 한해 강도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을 외면할 수도 없게 되었다. 기후대응은 이제 식자들의 고상한 미래 대비 캠페인이 아니라, 당장 시민들의 생존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데이터 센터 옥상에 컬러 코드 배관을 갖춘 공랭식 냉각기 장치
기후위기의 예상치 못한 장애물 AI 데이터센터
기후위기 악화를 향해 폭주하는 상황을 멈춰 세우려면, 산업과 도시, 시민 삶에서 문자 그대로 과도한 에너지와 물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에너지와 자원을 정반대로 늘리는 대규모 프로젝트 열풍이 일어나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 영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그것이다. 이 붐의 기원은 잘 알려진 대로 2022년 겨울 ChatGPT-3.5가 일반에게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개인과 기업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한 생성형 AI’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텍스트 번역기’로 개발되었지만, 곧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동영상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변형되면서 사실상 ‘범용 AI’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장되었고, 전 세계 AI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생성형 AI는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문제는 생성형 AI의 설계 구조 자체 안에 매우 자원과 에너지 집약적인 특성을 처음부터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생성형 AI의 놀라운 성능의 비밀인 ‘규모의 법칙(scaling laws)’이 있다. AI 소프트웨어 모델 크기(이른바 매개변수 개수), 훈련에 투입되는 데이터 규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자원(주로 병렬처리를 위해 동원될 GPU 개수)을 증가시키면 증가시킬수록 생성의 AI의 성능이 향상된다고 하는 법칙 말이다.
실제 생성형 AI 모델의 매개변수 숫자가 어떻게 급격히 팽창했는지 살펴보자. 오픈AI가 2018년 처음 개발한 GPT-1은 약 1억 개의 매개변수로 구성되었고 위키피디아를 학습 데이터로 이용했다. 하지만 곧 2019년 GPT-2는 규모를 열 배 이상 키워서 매개변수가 15억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로 다음 해인 2020년 나온 GPT-3는 다시 백 배 이상 커진 1,750억 개였다. 이쯤 되었을 때 학습 데이터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오픈AI 직원들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긁어왔다. 트위터에 공유된 링크를 스크래핑하고, 유튜브에 공유된 영상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특정 분야의 블로그, 온라인상에 공개된 데이터 덤프, 그리고 페이스트빈이라는 온라인 텍스트 저장소까지, 콘텐츠를 있는 대로 긁어와 데이터를 급조”했다고 저널리스트 카렌 하오는 기록했다.1)
이처럼 더 정확하고 똑똑한 인공지능 만들기 경쟁이 시작되면서, 모델의 매개변수 크기가 급격히 커지고 학습 데이터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팽창하자,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하드웨어 컴퓨팅 자원도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생성형 AI 모델의 대규모 병렬 연산을 처리할 AI 가속기인 GPU 칩 수요가 폭발하고 이를 거의 독점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세계 1위에 오른 건 이런 배경에서다. 동시에 미국과 세계 곳곳에 거대한 AI 연산 장비들이 작동하는 건축물인 ‘AI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게 된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과 중국을 넘어 한국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시작된 것이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루트비히스펠데(Ludwigsfelde)에 위치한 밴티지(Vantage) 데이터센터 단지
AI 데이터센터 경쟁에 가세한 한국과 그 영향
‘AI 3대 강국’을 내건 한국은 처음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데 중심이 물리적인 하드웨어 확장으로 갑작스럽게 옮겨간 명백한 계기는 지난 2026년 6월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였다. 용인과 서남권에 배치될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 발표와 함께 공개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2029년 안에 1단계로 8.4GW, 그리고 2035년까지 1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이다. 대부분은 기가와트 데이터센터이며 심지어 강원도에 GS가 짓겠다는 데이터센터는 무려 2.4GW에 달한다. 현재 한국 국토 안에 건설된 모든 데이터센터를 합쳐봐야 2.5GW 내외의 전력 용량이고, 실재하는 개별 데이터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해도 고작 50MW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얼마나 대규모 계획인지 알 수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는 정부나 GS, SK 등은 정작 그토록 엄청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데, 자본과 GPU 장비를 어떻게 동원할 것이고, 실제 운영 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이다. 불과 3년 안에 수 백조 원을 투입해 가동을 시작할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괴상할 정도로 정보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부지와 건물 조성을 국내 업체들이 한 후, 실제 데이터센터 장비 세팅과 인프라 운영, 서비스 등은 해외 AI 거대 기업들이 맡아서 해외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동해안에 짓겠다는 기가와트 데이터센터는 한국으로서는 해외 거대 AI 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 공간 임대 사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효율성 향상과 특정 서비스 개선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이를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환경적 영향을 간과하는 경향을 포함하여 다양한 위험에 우리를 노출시킨다. 현재의 AI 시스템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천연자원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극소수 기업들의 수익 욕망에 따라 무분별하게 팽창하는 AI와 데이터센터를 외면할 수 없었던 교황 레오 14세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보호’를 강조하며 발표한 회칙의 일부다.
그는 자본과 에너지를 무제한으로 투입해 오직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을 만들겠다는 세태를 우려하며, 이들의 행태를 고대 바벨탑 건설자들의 오만과 연결했다. 고대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명성을 떨치고자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도시와 탑을 짓기로 한 바벨탑 말이다.
인간을 뛰어넘겠다는 욕망을 담아 쌓아 올리는 AI라는 바벨탑, AI 폭발에 기대 나란히 올라가는 주가의 바벨탑, 그리고 이 모두를 자양분 삼아 거대하게 지어지는 무한 성장이라는 바벨탑은 과연 앞으로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끝도 없이 커지는 AI 데이터센터와 그에 비례한 실리콘 밸리의 욕망은 미래의 더 나은 삶과 인간성의 완성보다는 사회와 환경의 파괴적 영향을 향해 치달을 수도 있다는 교황의 경고를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건축가는 어떻게 건축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면서 더 정의롭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 AI라는 바벨탑 놀이를 멈추라고 말하는 레오 14세의 충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인권」
- 1) 카렌 하오,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 생각의힘, 209.
글_ 김병권 | 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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