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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6.9~10]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의 집은 안전한가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의 집은 안전한가

국가인권위원회 2023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현장사진,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에게, 다양한 주거 현장을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Q ‘기후위기’와 ‘주거권’은 얼핏 보면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집의 문제이고, 주거권의 문제인지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여름날 그늘 없는 땡볕을 걷기가 해마다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강력한 한파가 찾아오고, 폭우와 산사태, 며칠씩 꺼지지 않는 산불, 경험하지 못했던 강한 바람과 가뭄,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까지 기후위기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과 노인은 집에서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보냅니다. 기후위기가 사람이 살기에 위험한 집들을 먼저 찾아 덮치고 있습니다. 단열이라는 개념조차 자리잡지 않았던 시기에 지어진 쪽방을 비롯한 노후주택에서는 폭염과 한파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합니다. 재난 발생시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지하와 고시원에서는 수재와 화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서초구 우면산과 2026년 8월 거제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파트도 기후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주거권은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집에서 살 권리입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국가인권위원회 2023년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책임연구원

Q 실태조사를 위해 침수·산불 피해지역, 쪽방,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숙소 등 여러 주거 현장을 살펴보셨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례가 있었나요?

A 2022년 8월 8일 관악구 지하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낮은 곳에서 아동과 발달장애인, 여성 노동자 일가족 3명이 119 구조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지대의 고층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세찬 비가 내리는 하루였을지도 모릅니다.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그 집이 저지대 상습 침수지역에 위치해 있고, 폭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천장 가까이까지 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으로 위험한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태조사를 통해 참사 현장 인근에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는 지하주택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날과 같은 기록적인 폭우가 다시 내린다면, 지하주택은 순식간에 물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한 차수판을 설치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입니다. 구조적으로 위험한 지하주택들은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냉난방기가 있어도 요금이 걱정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은 어떤 상태를 말하며, 왜 단순히 생활비가 부족한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걸까요?

A 폭염과 한파가 되풀이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집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를 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은 소득이 부족해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뿐 아니라 주택의 성능과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종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요금 부담 때문에 필요한 만큼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가구가 있는가 하면, 단열 성능이 낮은 노후주택에 살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많이 들이고도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구도 있습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기름처럼 비싼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농촌에서는 많은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고도 집 안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려면 요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열과 창호, 냉난방 설비 등 집 자체의 성능을 함께 개선해 적은 에너지로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비싸고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의 집은 안전한가

Q 기후위기에 취약한 집에서 사는 문제를 개인의 형편이나 선택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재해·재난 구호 전문가가 전해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2024년 7월 청양군에 폭우와 함께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산 아래 위험한 곳에 살던 노부부는 “죽어도 우리 집에서 죽겠다”고 하시며 아무리 설득해도 대피를 거부하셨다고 합니다.
기후재난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살던 집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 대한 정서적 애착, 그곳에서 맺어온 이웃과의 관계와 공동체, 그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는 경제적 여건까지 여러 이유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전지구적 현상인 기후위기를 개인이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고령자나 저소득층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노후주택의 안전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에서는 주거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열악한 집에 사는 것은 주거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최상위의 인권인 생명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저소득 세입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또 다릅니다. 민간임대시장에서 안전한 집을 구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이 부족해 선택지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주거비를 부담하거나, 낡고 위험한 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참고 삽니다. 정부와 임대인이 모두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세입자의 주거권 침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낡은 집의 단열공사, 창호 교체, 냉난방 설비 개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더 안전하고 에너지효율이 좋은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정작 살던 사람이 ?겨나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대료 규제와 세입자의 장기 거주 보장을 전제로 정부의 주택성능개선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저소득 세입자가 ‘부담가능하면서 살만한 집’이라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의무입니다.

Q 노후주택 소유자 가운데는 그린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기존 주택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왜 중요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요?

A 헌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개발 방식입니다. 모든 지역에서 유효한 해법도 아닙니다.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가능한 오래 사용하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는 많은 건설자재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철거와 건설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가 배출됩니다.
그럼에도 주택 소유자가 그린리모델링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공사비 부담이 크고, 어떤 공사를 해야 하는지, 얼마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공사 기간 동안 이사를 해야 하는 등 생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장애요인입니다. 단순히 대출해줄테니 “집을 고치라”고 권하는 기존 그린리모델링 정책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주택 소유자가 성능개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집수리 지원을 단순한 보조금 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새빛하우스’라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집수리 정보, 시공업체, 자가진단, 컨설팅 등을 함께 제공하는 수원시의 모범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실태조사 이후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기후위기와 주거권의 관계를 다시 이야기한다면 당시보다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A 2026년 여름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2025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생활하던 안동과 의성의 임시주택 20동이 침수됐다고 합니다. 재난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재난 이후에도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가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2년 수도권 폭우로 침수피해를 겪었던 관악구와 동작구 지하주택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가슴을 졸이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지하 거주 가구는 2020년 20만 가구에서 2024년 24만 5천 가구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로 피해를 복구하고 임시거처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기후재난의 생존자가 같은 위험을 다시 겪지 않도록 피해지역별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피해지역의 주거환경과 재난 위험을 면밀히 살펴 위험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권」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의 집은 안전한가

정리_ 편집실

인터뷰 협조_ 최은영 | 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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