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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권감수성 [2026.7~8] 그 누구도 재난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그 누구도 재난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한낮의 폭염이 시작된 후, 창문 너머 아이들 소리가 사라졌다. 그늘 하나 없는 놀이터가 텅 비었다. 뜨겁게 달궈진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가 충분히 식기 전까지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폭염은 사람들의 일상을 조용히 잠식한다. 누군가에게서는 놀이를, 다른 누군가에게서는 일터를 빼앗으며 삶의 공간을 좁힌다. 마치 재난 현장처럼 말이다.

그 누구도 재난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폭염은 자연재난이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홍수나 한파처럼 피할 수 없는 재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폭염을 그저 ‘무더운 여름’ 정도로 여기는 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재난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어도 도로가 통제되거나 대중교통이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평소처럼 출근하고, 학교는 정상 운영된다. 겉으로 보기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셀레스테 사울로가 “극심한 폭염은 기후 관련 재해 중 가장 치명적이지만, 가장 인식이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재해”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실제로 폭염은 소리 없이 사람들의 삶을 억누른다. 더 나아가 부채 하나로 더위를 견뎌야 하는 사람들, 그늘막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재난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고, 그 규모 또한 해마다 증가1)하고 있으니,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 개인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십여 년 전 7월의 어느 날, 한 초등학교에서 기온이 32도를 넘는 한낮에 특수학급만 에어컨 가동을 제한한 사건이 있었다. 교장실과 행정실을 비롯한 모든 학급에는 에어컨이 가동되었지만, 특수학급은 학생 수가 적고 그늘진 1층에 있다는 이유로 냉방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 학교는 특수교과운영비 일부를 책상 교체와 학교 페인트 공사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같은 학교의 같은 학생이었지만, 누가 더위를 견뎌야 하는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수학급 학생과 교사의 안전보다 예산 절감이 우선되었던 이 사건은 과연 과거의 일로만 남아 있을까?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 아파트 입주민들, 교정시설 내 냉방 개선을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 과거에 비해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선뜻 답하기 어렵다. 폭염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재난이라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결국, 덥다 못해 뜨거운 열기를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니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 시간을 짧게 자주 가지라는 내용의 ‘폭염발생 시 행동요령2)’은 이들에게 허탈할 수밖에 없다. 폭염을 피하지 못하는 원인을 정보 부족이나 개인의 부주의에서 찾는 듯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안내는 필요하지만, 과연 이 방법을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 누구도 재난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그 누가 선풍기조차 켜지 못한 채 여름을 나고 싶겠는가. 또 그 누가 일터에서 “폭염이니 바깥일을 하지 않겠다”라거나 “충분히 쉬고 일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냉방이 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환기가 잘 되도록 선풍기를 켜고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둡니다.”,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여 10~15분 정도의 낮잠으로 개인 건강을 유지합니다.”와 같은 행동요령을 접할 때면, 과연 이 안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폭염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피할 수 없는 재난이라면, 국가가 시민에게 행동요령을 알렸다고 해서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다. 폭염과 같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그 피해 정도는 같지 않다. 더욱이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깊게 만들고, 그 불평등은 다시 재난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2025년 제8차 세계재난위험감축 플랫폼 결과보고서에 재난의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요구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재난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여성·장애인·노인 등이 재난 대응의 수혜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 국가의 재난 대응 수준은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얼마나 보호하고 포용하는지를 통해 드러난다. 따라서 국가는 재난 앞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책무를 이행할 때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다한 것이다.

그 누구도 재난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해가 저물자 다시 아이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낮 동안 텅 비어 있던 놀이터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뜨거운 햇볕을 피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사람들은 길고 긴 여름 동안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더위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오늘도 이 계절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며, 그 곁을 함께 지키는 것. 그것이 폭염이라는 재난 앞에서 그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기 위한 시작이다. 「인권」

글_ 박병은ㅣ모든사람_인권교육연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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