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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6.7~8]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불길이 번지는 현장에서, 소방관은 불만 끄는 사람이 아니었다.
문을 두드리고, 손을 잡고, "나가야 합니다"를 반복하며 사람을 설득했다. 초고령사회의 재난은 이미 달라졌다. 정보도, 이동도, 마음도, 취약한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지는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Q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장애가 있는 주민, 혼자 사는 어르신 등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동 수단, 인력, 시간, 설득, 위치 파악 등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힌 어려움이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A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취약계층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한된 시간과 여건 속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면서도 빠르게 대피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대피를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노부부는 집으로 번지는 불을 바가지로 직접 끄고 계셨고, 여러 차례 대피를 권유했음에도 집을 지켜야 한다며 완강히 거절하셨습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Q 재난 상황에서는 ‘빨리 대피하라’는 안내가 중요하지만, 고령자에게 그 정보가 실제로 닿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식은 무엇이었습니까? 또 정보 전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A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직접 방문을 통한 대피 안내’였습니다. 재난안내문자와 마을 방송이 여러 차례 실시됐지만, 고령의 주민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문자를 즉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청력이 좋지 않아 방송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문자나 방송만으로는 대피 유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마을 이·통장과 협력해 주민 거주 현황을 파악하고, 소방차를 이용해 마을을 순찰하며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대피를 안내했습니다. 또한 관할 의용소방대원들도 마을 곳곳을 돌며 주민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대피를 지원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일부 어르신들이 평생을 살아온 집과 농작물을 두고 대피하기를 주저하셨다는 점입니다. 또 직접 방문했을 때 아무도 안 계시는 경우에는 이미 대피를 했는지, 아니면 잠깐 외출하신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대피 여부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초고령사회 재난 대응의 기준: 인권 관점에서 재난대응체계의 패러다임 전환

Q 긴급한 구조와 대피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고령자의 의사를 듣고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안 나가겠다”, “집이나 가축을 두고 갈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 있었는지, 그런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합니다.

A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이고 생계와도 직결된 공간이다 보니,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쉽게 떠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순히 대피를 안내하기보다, 현재 재난 상황과 산불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불길의 확산 속도와 예상 이동 경로, 현재 위치의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마을 이장이나 이웃 주민, 유관기관 복지 담당자 등 평소 신뢰 관계가 형성된 분들과 함께 설득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대피를 거부하시는 경우에는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소방과 경찰이 협력하여 강제 대피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Q 이번 대응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는 재난 대응 방식이나 매뉴얼도 달라져야 한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이번 산불 대응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는 기존의 재난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대피소를 지정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대피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소방뿐만 아니라 경찰, 보건소,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평상시 반복적인 대피훈련과 점검을 통해 실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Q 불이 꺼진 뒤에도 피해 주민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산불 이후 고령 주민들에게 가장 오래 남는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셨습니까?

A 산불 이후 피해 지역을 순찰하면서 느낀 것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어려움이 불이 꺼진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장 거주할 공간과 생계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령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생활 기반과 공동체를 잃었다는 정신적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집이 불타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집에 담긴 삶의 기억과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이 고령 주민들께는 더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외로움과 불안,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어지고, 작은 불씨나 연기만 보여도 불안감을 느끼는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산불 이후 지원은 주거와 생계 복구에 그치지 않고, 심리 치료와 공동체 회복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고령 사회의 재난 상황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Q 앞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꼭 바뀌어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A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민 교육과 마을 단위 대피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고령 주민들이 재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대피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평소 재난의 위험성과 대피 행동 요령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문자에 국한된 재난 알림 체계에서 벗어나 라디오·TV·마을 방송 등 고령자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을 이·통장을 중심으로 한 순찰 체계와 함께 일정 가구 수마다 담당 돌봄 인원을 편성해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산 피해에 대한 불안이 대피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큼, 피해 보상과 복구 지원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초고령 사회에서 재난 대응은 사전 예방과 대비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주민들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초고령 사회 재난 대응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

글_ 편집실

인터뷰 협조_ 소방교 정재준ㅣ경상북도소방본부 안동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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