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3~04] #2 영화관 내 개별 상영관마다 장애인 관람석 의무화해야
지난 2024년 2월,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장애인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으나, 원하는 영화의 상영관에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애인에게도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 개별 상영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 영화관의 상영관은 총 3,143개이며, 그중 342개(10.9%) 상영관에는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가족, 친구들과 영화관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화관 내 상영관별로 관람석 수를 합산하여 ‘전체 관람석 수의 1퍼센트 이상’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관 내 상영관 별로 관람석 수를 합산하기 때문에 장애인 관람석이 없는 개별 상영관이 존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본 시행령이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등편의법의 제정 이유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또한, 본 시행령에 따라 개별 상영관에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되지 않는 문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다수의 장애인이 반복적으로 문화 활동 참여를 제한당하는 차별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2025년 1월 7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영화관의 장애인 관람석 설치 기준을 ‘전체 관람석 수의 1퍼센트 이상’에서 ‘개별 상영관 내 관람석 수의 1퍼센트 이상’으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나아가 멀티플렉스 3사의 대표이사에게도 영화관 내 개별 상영관을 기준으로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하여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모든 개별 상영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의견 표명을 통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어느 영화관에서라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관람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글 | 양영진(장애차별조사1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