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4 > 세상,바로미터 > 자유를 품은 바퀴, 세상으로 나아가다

세상,바로미터 [2025.03~04] 자유를 품은 바퀴, 세상으로 나아가다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으로부터 탄생한 발명품들은 인간의 필요와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발전해왔다. 편리함을 넘어 인권과 존엄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킨 위대한 기술들 중 ‘휠체어’를 소개한다.

 

자유를 품은 바퀴, 세상으로 나아가다

 

휠체어의 역사는 지난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는 심한 통풍으로 거동이 어려웠는데, 그를 위해 다리 끝에 4개의 바퀴를 단 ‘바퀴 달린 의자’를 제작한 것이 오늘날 휠체어의 원형이 되었다. 이후 17세기에는 시계 제조자 스테판 파플러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최초의 자주식 휠체어를 제작했고, 존 조셉 멀린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기계식 휠체어를 만들어 대중화에 기여했다. 휠체어가 발전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집 밖에서의 활동이 가능해졌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이동하는 자율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30년대에는 미국의 엔지니어 허버트 에베레스트와 해리 제닝스가 최초의 접이식 휠체어를 개발해 큰 혁신을 이루어냈다. 이제 휠체어를 더 쉽게 운반할 수 있게 되면서, 장애인들의 이동성이 한 층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1918년 광산 사고로 마비를 겪었던 에베레스트는 직접 만든 휠체어를 직접 사용하면서 덕분에 더욱 쉽게 여행하고, 출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자유를 품은 바퀴, 세상으로 나아가다

 

휠체어 위의 영웅, 한계를 뛰어넘은 도전

 

1940년대에는 휠체어 사용자,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장애를 입은 젊은 재향군인들을 위한 재활의 일환으로 장애인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휠체어는 스포츠 경기에 맞추어 발전했고, 군인들은 병원 체육관에서 휠체어 농구를 즐기며 스포츠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치료 차원에서 시작된 스포츠 경기는 점차 규모가 확대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후 1960년 로마에서는 최초의 하계 패럴림픽 대회가 개최되었고, 현재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조직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준다. 그중 이탈리아 패럴림픽 국가대표 로베르토 마르손(1944-2011)은 독보적인 기록으로 전설의 경지에 오른 인물로 꼽힌다. 7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그는 16살에 집안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던 중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갖게 되었다. 그 후 마르손은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전문 치료 시설에 머무르면서 스포츠를 시작하게 되었고, 고된 훈련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점차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1964년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에 첫 출전한 마르손은 육상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펜싱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그는 선수 생활 동안 총 26개의 메달(금 16개, 은 7개, 동 3개)을 획득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특히 1968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하계 패럴림픽에서는 총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마르손은 위대한 운동 선수로서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고 장애인의 인권을 신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이탈리아 최초의 장애인 스포츠 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장애인 스포츠 환경을 개선하고, 선수들의 권익을 신장시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 노력은 이탈리아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2012년에는 이탈리아 스포츠 역사를 대표하는 100명의 선수 중 하나로 선정되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장애인 스포츠 분야의 발전을 이끈 마르손의 위대한 업적은 패럴림픽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상을 위해

 

이처럼 휠체어는 단순히 장애인의 이동권을 높였다는 차원을 넘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자유로운 움직임과 독립성을 강화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직업 활동 등 사회적 활동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을 위한 교육 정책과 고용 정책도 제정될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스포츠와 문화, 여가 생활을 즐기고, 건강권과 행복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현대 과학 기술과 결합한 자율주행 휠체어, 로봇 휠체어 등은 앞으로 장애인의 삶에 더 큰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언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모두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길 바란다.

 

 

글 | 편집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