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알리다 [2024.07~08] #2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 후기
6월 1일 토요일,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일대에서 2024년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혐오와 차별을 막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열고 참가하였는데요. 인권위 홍보협력과 직원들도 부스 운영진이자 축제 참가자로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행사 당일, 입구에서부터 행사 운영진 분들이 큰 환호와 하이파이브로 참가자를 격하게 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씨까지 맑고 화창해서 축제의 시작부터 많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비전처럼 축제 행사장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이 되어서 다채로운 부스와 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채워졌습니다. 대기 줄이 가득했던 즉석 사진 인생네컷, 쉼터와 의무실, 성 중립 화장실까지 설치되어서 세심한 부분을 잘 챙긴 축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권위 부스에서는 무지개 타투스티커 붙이기, 손글씨 카드 쓰기, 인권 관련 퀴즈 맞추기 이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부모님이 무지개 타투스티커를 보게 될까봐 망설이다가도 과감히 스티커를 붙이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축제 장소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과, 그 마음을 담아 더 예쁘고 정성스럽게 스티커를 붙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한 운영진 모두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권위 부스에서 가장 재밌던 이벤트는 손글씨 카드 쓰기였습니다. 평소에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카드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언젠가는 우리 사회와 제도 안에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길 바라며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 어려운 시간이지만 스스로 혐오하지 말자는 당부, 아무리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혐오해도 결국엔 사랑이 이길 거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비록 작은 종이 한 장일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사람들의 오랜 바람과 염원으로 채워진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부스에 메시지 카드를 붙일 공간이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서는 축제의 꽃인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선두에서는 오토바이와 트럭을 타고 대형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행렬을 이끌었고, 참가자들은 그 뒤를 따라 깃발을 흔들거나 춤을 추면서 자유롭게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많은 참가자가 하나로 모여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날 만큼은 모두가 “소수자”가 아닌 “우리”가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행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다녀간 사람이 15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매년 축제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환경도 정말 많이 바뀐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퀴어문화축제에서가 아니라, 모두가 매일 누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는 날이 오기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글 | 황민주(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