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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콩떡 인권위 [2024.07~08]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이동우 사무관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어떤가요? 그들은 인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호는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인인권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는 사회인권과 이동우 사무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동우 사무관

 

Q . 인권위에서의 업무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인권위 직원으로서 주된 업무는 배우고 그것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연을 안고 인권위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만나고, 각계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자문하고,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배우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권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임용되었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부족하였던 신입직원에게, 사람이면 누구나 존엄한 사회를 만드는데 인권위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던 선배 동료들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동안 마음속에 두고 잘 표현하지 못하였던 고마운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Q . 우리가 노인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노인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인 노인의 인권이 너무나 취약합니다. 취약성은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죠. 지난 인권에서 영화 ‘플랜75’가 소개되었는데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미래의 일본에서, 정부가 75세 이상 노인의 죽음을 적극 지원한다는 정책을 소재로 한 영화예요.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플랜75’와 같은 제도가 생겨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라고 얘기해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초고령사회로 이행하는 속도가 가장 빨라요. 오늘날 한국에서 노인의 빈곤과 더불어 노인 고용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얘기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고령일수록 더 높아지는 자살률 증가도 심각하고요. 노년의 삶이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점에서, 노인의 인권 상황은 우리가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현안인 거죠.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한국에서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하자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사회보장 제도를 통한 사회안전망이 미비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일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노인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65세 이상의 노인은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고용보험법에 따른 실업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요. 고령 근로자는 기간제법 및 파견법상 근로자 보호 취지에서 제외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 빈곤으로 인하여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죠. 저는 노인의 인권을 보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 그런 면에서 인권과 복지 영역의 구분이 모호한 것 같아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과 제도적인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인권의 가치는 자칫 추상적인 가치 담론으로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복지는 인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복지의 경우 정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예산이 늘 중요한 정책적 선택의 요인이 됩니다. 예산 상황에 따라 제도나 정책의 내용이나 대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정권이나 정책에 따라, 노인은 언제든지 사회보장 혹은 사회복지 제도 및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일 수가 있어요. 정책의 대상화가 되는 거죠.

 

 

‘노인인권’은 노인을 제도의
수혜자라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존엄성과 모든 권리’를
향유 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 노인을 한 사람의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누군가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그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고, 그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나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역사적으로 여성이나 장애인은 남성과 비장애인으로부터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그들의 주체성을 억압당했죠. 학대 노인 중에는 자녀를 신고하지 못하고 학대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고, 인권위나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아가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가족을 신고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가 먼저 노인을 존엄할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노인인권 문제에서 인권위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지난 10년간 인권위는 노인 빈곤, 치매, 독거노인 등 많은 의제를 다루었어요. 하지만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 노인의 삶은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죠. 인권위가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서 누군가 호소를 담아 진정해 주기만 기다린다면 변화는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 직원들이 스스로 인권을 공부하고, 인권 감수성을 갖추고, 계속해서 현장을 찾아가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죠. 쉽지는 않겠지만, 정성껏 애쓸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고충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Q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노년의 삶은 저마다 다양하고, 그중에는 여유로운 삶을 사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인권위가 꾸준히 관심을 두고 살펴보아야 하고 찾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이잖아요. 우리 사회의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적정한 노후 생활과 존엄하고 행복한 일상을 위해, 우리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살펴보는데 정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진행 | 박정현(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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