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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4.01~02] #1 이 고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어젯밤, 우리는 차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일어나 보니 여기저기 불이 나 있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은 작년과 다를 바 없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며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끊이지 않는 폭격과 가자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지상 공격 증가는 팔레스타인인의 생존을 위협했습니다. 작년 10월 7일 시작한 산발적 폭격은 가자지구 전역으로 지속적이고 강력한 폭격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이후, 전 세계인들은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강력히 규탄했지만, 그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향해 대대적인 공격을 강행했습니다.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전쟁은 언제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책임져야 할 가자지구의 현실입니다.

 

 

2023년 10월 10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라파시를 공습한 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2023년 10월 10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라파시를 공습한 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파괴, 또 파괴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여러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전쟁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났고, 주변 국가 간의 외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전쟁 난민과 연대하며 공격을 멈추라는 지지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 폭격의 참혹함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공포에 떠는 팔레스타인인의 모습을 말입니다. 우리는 대학살을 방관하고만 있습니다. 10월 7일 시작한 폭격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전역의 팔레스타인인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후 29,000개의 폭탄을 투하해서 22,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죽였습니다. 7,000명은 행방불명이 되어 생존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18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은 살 곳을 잃고 떠돌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5%가 전쟁난민입니다. 가자지구의 임산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면서 산통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만 알-마스리(Iman al-Masry)는 전쟁 속에서 아기를 낳아야만 했던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 중 한 명입니다. 네쌍둥이를 임신한 이만은 베이트 하눈(Beit Hanoon)에 있는 집을 떠나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5㎞를 걸었습니다.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에서 네쌍둥이를 출산한 후, 식량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4명의 아기들에게 모유 수유를 하려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해야 했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들은 아기를 위해 기저귀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우유, 의약품, 위생용품을 포함한 기본적인 필수품마저도 부족했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고군 분투

 

가자지구 전쟁 피해는 희생자 발생만이 아닙니다. WHO의 보건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의 의료 인프라 붕괴와 이스라엘의 물과 전기 차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 확산을 경고합니다. 현재 136,000명의 사람들이 설사병을 앓고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탈수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심각한 물 부족과 질병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닥친 기아는 전쟁과도 같습니다. 극심한 식량 부족과 공급 부족으로 가자지구 인구의 40%가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았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강경하게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이 겪어야 하는 몹시 힘든 상황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쟁의 영향은 죽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자지구의 큰 고통과 고난을 목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해서 포격을 가하면서, 주변 국가와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집트와 다른 아랍 국가들은 가자지구에서 오는 팔레스타인인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경제 상황을 겪고 있는 이집트는 이미 수단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수용하고 있는 900만 명 이상의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의 대규모 가자지구 탈출을 반대합니다. 시나이반도로 난민이 이주할 경우 하마스로부터 좋지 않은 일을 당할 것을 우려합니다. 이집트는 이 지역의 불안정을 두려워하여 2007년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지지해 왔으며,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습니다. 이집트 정부(카이로)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부담을 짊어지기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시나이반도에서 안보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집트는 시나이반도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주둔하는 것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1979년 평화협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계속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 위기 그룹(Crisis Group International)의 북아메리카 프로젝트 감독인 라카르도 파비아니(Riccardo Fabiani)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성취한 평화가
우리 손에 의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요르단은 물 공급이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따라 좌우되는 이스라엘과 인접한 아랍 국가입니다. 1994년 이후, 이스라엘은 두 국가 간의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요르단에 물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과 시위자의 엄청난 압력에 직면하여, 요르단은 물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이제 요르단의 물 부족은 이스라엘과의 정치적 이슈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요르단은 현재 1994년 평화협정 이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전쟁으로 인해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물 전쟁이 곧 일어날 듯합니다. 시민들이 물 소비를 포함하여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거부함에 따라 요르단은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또 다른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고군 분투하면서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과 고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죽음만이 전쟁의 참혹한 결과는 아닙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많은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웃 국가와의 외교적 긴장은 이러한 참담한 결과의 일부 예일뿐입니다. 한편, 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시온주의(유대인의 국가 건설을 위한 민족주의 운동) 국가들에 부수적인 피해를 주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아랍인과 타국을 떠도는 디아스포라(diaspora)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심각한 영향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의 한 의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친-팔레스타인 콘텐츠를 다시 게시한 것으로 인해 해고되었습니다. 10월 7일 이후로 우리는 미국 전역의 많은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고용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직장과 공공장소에서 폭력을 당하는 등의 수많은 사례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쟁 선전의 참혹한 결과로 시카고 외곽 한 교회에서 폭력적인 공격으로 어린소년이 살해당했습니다. 6세의 와데아 알 파유메(Wadea Al-Fayoume)는 무슬람이라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칼에 찔렸습니다. 매주 우리는 아랍인, 무슬림,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인해 폭력적인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전쟁 자체의 참혹한 결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주민들을 향한 끔찍한 일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쟁,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전쟁의 참상은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의 기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참혹하게 남아 있지만, 이 감정은 대부분은 기성세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35년간의 한반도 점령은 정신과 육체가 식민지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국인들은 언어를 빼앗기고 땅을 도둑질당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 여성들은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의 땅과 민족을 식민지화하고 점령한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토지 점령과 민족 말살의 문제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일본이 계속해서 한국을 점령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본이 패망하지 않았다면? 전쟁의 참상은 한국인의 뇌리에 기억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대한 전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폐허 상태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파괴하고, 살아갈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해서 사망자 수가 22,000명으로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잔혹한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은 세계로부터 포위당한 야외 감옥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정당화되기까지 그들은 또 어떤 고통을 견뎌야 할까요?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요?”

 

연대가 곧 저항

 

전쟁의 참상은 선전(프로파간다)의 파괴이면서, 불법적인 점령이라는 실체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점령할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생존권에 대한 미디어 토론이 논점을 흐리게 한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생존권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인하고 불법적인 점령이라는 실제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집중하는 데 큰 방해가 됩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과 백린탄 사용 등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충성은 팔레스타인의 저항 권리를 선언하고, 당면한 실제 문제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비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는 이스라엘의 선전(프로파간다) 로비에 대한 저항이면서,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소통을 장려하는 것입니다.

 

 

글 | 림 자이툰(팔레스타인-한국어 교사, 통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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