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한다 [2023.04] #2 기후위기는 인류 모두의 문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공식적 국제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에서 참가한 기관은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 공통의 문제임과 동시에 모든 분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화합의 장이었다.
지역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지구 현상
카타르 사례 소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기부금을 통한 인권 보호 기여 효과이다. 카타르는 2017년 개발도상국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약 20억 달러를 기부했으며, 2019년에는 재난에 취약한 섬 국가와 최빈국의 역량 구축을 위해 약 1억 달러를 기부했으며, 60개의 개발도상국 네트워크에 2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 입안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인상 깊었는데, 카타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홍보, 교육, 권고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300개 이상의 인센티브를 정하였다고 발표했고, 이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고 역설했다.
OHCHR은 인권에 기반한 기후 행동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2021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노인권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온도를 급격히 바꾸며 질병을 증가시켜 질병에 취약한 노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내 허리케인에 의해 죽은 75%가 60대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노인이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OHCHR은 2017년에 아동의 권리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는데, 기후변화는 주로 잦은 기상 이변 현상으로 찾아오고, 전 세계적으로 1억 1500만 명의 아동이 사이클론에 노출되는 열대 기후 고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에 위협을 줘서 아동의 전반적인 삶의 질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행동에 있어서 젠더 대응적 방법은 흥미로웠다. 전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생산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면, 농장의 수확량을 30%까지 잠재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이 경우 전 세계 기아를 17%까지 줄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이기도 하면서, 기후행동에 적극적 대응 주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중동과 아프리카의 경우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이 지역은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온현상으로 인한 생명권, 건강권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아랍권 기후 변화 대응 연대가 결성되었으며, 이는 특정 지역 내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아랍지역 연대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대륙별, 지형별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모범사례로 소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변화를 위한 선진적 대응과 정책 필요
전체 회의 이외에도 별도의 워킹그룹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토의 결과 세 가지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첫째,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은 계층별, 지역별로 상이하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정책 구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인권에 기반한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사람 중심의 기후행동을 위한 협력 및 연대가 중요하며, 협력은 국가, 지역, 시민사회, 지역사회, 인권조약기구, 국제사회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인권기구 및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접근법에 따른 정책 권고를 해야 하며, 기후변화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 수집, 지역사회 및 국제사회 문제에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민 참여의 중요성, 기업 책임 강조, 정보 접근성, 미디어의 중요성, 교육의 필요성 등 다양한의제가 나왔다. 이번 카타르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각국의 주요 정책 관계자 및 시민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회를 얻었으며, 최신 선진 연구 및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컨퍼런스 논의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정책 과제를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 권고를 추진할 예정이다.
글. 김현주(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