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한다 [2023.02] #3 청년이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사회가 그렇다는 반증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몇 년 새 공공 영역에서 도입 및 활용이 논의되고 있는 얼굴인식 기술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보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얼굴인식 기술의 무분별한 도입과 활용을 제한하고,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예외적·보충적으로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이 기술을 도입 및 활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아울러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 및 활용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양, 영향을 받는 정보주체의 수 등을 고려하여, 얼굴인식 기술 개발 및 활용 전에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활용 중인 경우라도 목적이나 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있을 때에는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며, 인권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기관이 인권영향평가를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얼굴인식 기술은 사람을 촬영한 디지털 이미지에서 눈, 눈썹, 코, 입, 얼굴 윤곽과 같은 개인 각각의 고유한 얼굴 형상의 특징점을 추출하고 이를 저장한 뒤, 이를 다른 얼굴 이미지에서 추출한 특징점과 대조하여 그 인물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술로 정확성이 높고 신속하게 사람을 식별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 중요 시설의 신원확인 및 출입 통제, 출입국 심사 등에 얼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공공 영역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고유한 생체인식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이용하는 점, 불특정 다수를 실시간 감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1년 10월에도 국회,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에서 법무부의 출입국 심사 얼굴인식 시스템인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법무부가 대량의 내·외국인 얼굴 정보를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민간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여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럽연합 기본권청((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등은 얼굴인식 기술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21년 특정 개인을 실시간 추적하는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위험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이기술의 사용을 중지(모라토리엄)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였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경찰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얼굴인식 기술은 대량의 얼굴 정보와 기타 개인정보를 처리하게 되고, 더 나아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촬영·감시할 수도 있으며, 그 판단 결과에 따라 체포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므로, 해당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경우 인권에 어떠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전에 엄밀히 평가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국제 사회도 얼굴인식 기술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평가하고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의 인권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였거나 검토 중에 있다. 앞으로 인권위는 인권침해 가능성을 내포한 신기술이 무분별하게 도입·활용되지 않도록 기술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