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Photo Essay [2022.03] 좋은, 살인

글·사진 노순택(사진작가)

 

좋은, 살인

 

인간의 역사가 곧
전쟁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사실이, 이 전쟁과 저 전쟁의
불가피함을 변호해주지는 않는다.

모든 전쟁은 사랑으로 포장되어 왔다.
역사에 대한, 정의에 대한, 인류에 대한,
신에 대한, 민족에 대한… 사랑.
지독한 사랑의 실천으로 총을 들 수밖에
없음을 히틀러도 역설하지 않았던가.

완벽한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도,
나의 전쟁만은 완벽할 거라는 망상으로,
적의 섬멸이 우리의 구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신념으로,
무엇보다 적의 총탄이 내 두개골을
피해 갈 거라는 확신으로,
전쟁은 이어져 왔다.

좋은 살인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좋은 살인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이
전쟁을 지지한다.

그 순진한 믿음이 아이들을
가장 먼저 죽였다.
그 천박한 믿음이 스스로를
발악 끝에 죽였다.

슬프게도 전쟁에 대한 입장은
두 갈래 뿐이다.
저지할 것인가,
지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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