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행 [2021.06] ② 장애인들의 권리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나아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한 송용헌 씨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의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했다. 모니터링단의 80%를 장애인으로 구성하고, 전국의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의 50% 이상을 전수 조사했다. 송용헌 씨는 이 사업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변화의 마중물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하다
40대 중반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얻은 송용헌 씨는 송파솔루션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진행한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에도 참여했다.
“동네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중 대표적인 곳이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입니다. 하지만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계단, 경사로, 좁은 통로 등으로 인해 장애인은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실제로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공중화장실법에 따라 화장실이 개방돼 있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일선에 계신 경찰관들을 직접 만나 시설 개선이 왜 필요한지를 말씀드리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019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에 참여해 왔다. 2019년에는 전국에 있는 행정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접근과 이용이 원할한지를 모니터링한 데 이어 지난 해 에는 경찰청의 협조 아래 전국 2.990곳의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 중 1,615곳 을 전수 조사(54%)했다. 이 사업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모니터링에 참여한 264 명 중 장애인이 207명이라는 점이다.
서울지역 가온IL 신길5치안센터 경사로
포항센터 지구대 파출소 모니터링 교육
충북지역 옥천IL (단양)단성치안센터 정문입구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일선 경찰관을 보며 보람 느껴
“현장에 가보니 다양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모니터링단을 반기는 경찰관들이 있었던 반면 화를 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요. 경찰청의 협조공문을 받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단을 함부로 대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송용헌 씨는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다음날 그런 곳을 다시 찾았다. 불친절한 응대와 차가운 외면을 받았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편의시설 및 편의제공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공공기관은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경찰청에 장애인 차별을 한 20여 곳에 대하여 장애인 인식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청했고 상반기 안에 조치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유의미한 점은 일선 경찰관을 직접 만나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조금이나마 이뤄냈다는 점이다.
“학대를 받은 장애인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면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말을 듣기보다 학대를 한 가해자나 목격자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장애의 유형을 잘 모르다 보니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경찰관들이 ‘내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됐다’, ‘나를 뒤돌아보게 됐다’ ‘장애인분들의 어려운 현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을 해주실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왼쪽)강원춘천지역 춘천IL 춘천신북파출소 화장실 (오른쪽)경남지역 진해인권 함안칠서파출소경사로
남해지역 김해서부인권 창선파출소 화장실
변화의 마중물을 만들어 나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취합한 결과를 가지고 지난 9월 경찰청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물론 이번 사업이 단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시설과 공간을 바꾸거나 새롭게 하는 일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또 한 번 변화의 마중물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경찰청은 시설 개선을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 중이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를 위한 지속적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공공기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공공 기관이 자신들의 의무를 100% 다할 수 있게 변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송용헌 씨는 변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에게 포기란 없다.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변화시켜야 합니다. 장애인은 거동 자체가 쉽지 않으니 비장애인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렵고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그 속에서 또 무수히 많은 차별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는 지금보다 더 더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