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1.06] [자연과 생존] 인권 위기로 되돌아온 환경 위기
환경 위기는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문제 중 가장 광범위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나날이 커지는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어, 전 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 남용으로 시작된 환경 위기가 어떻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생태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축적되기 시작해
생태계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이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존권과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환경 위기
현대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구 환경 전반에 닥쳐온 위기가 현재 가장 심각하고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전 인류적 문제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환경 위기가 국가와 계층을 떠나 인류 전체에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오염과 파괴 가 진행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 오랜 세월 축적되어온 오염의 결과들이 더 이상 지구 환경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심각해졌다는 점,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전 인류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도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높이는 이유들이다.
환경 파괴는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해 그 정도가 나날이 심화되어온 문제다. 하지만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중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사람들 의 관심 밖에 머물러 왔다. 발전 논리에 밀려 일부 환경론자들의 ‘호들갑’으로 치부되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일반 대중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환경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의 가시적인 위협으로 되돌아온 환경 파괴의 결과가 있었다. 수세기에 걸쳐 진행되어온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무분별한 남용의 결과인 지원 고갈과 생태계 파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들은 생태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축적되기 시작해 생태계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이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인 권리인 생존권과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와 사막화로 인한 식량자원 및 물 부족 현상,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의 대기오염,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문제들은 가장 취약한 국가와 계층의 인권을 위협하기 시작해 점점 더 많은 국가와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 문제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은 저개발 국가에 비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고 그 처리를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로 떠넘겨 왔다. 그 결과 한쪽에서는 무분별 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한쪽에서는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여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존할 권리를 빼앗기는 인권 불평등 문제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8년 제주도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쓰레기가 우리나라로 되돌아온 사건, 같은 해 전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 입 중단 결정에 이은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 등에서 보듯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권 침해는 이미 과도한 쓰레기를 만드는 나라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간, 환경 파괴의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대부분 인권 문제가 그렇듯 환경 파괴로 인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는 인간 자신이다. 하지만 그 피해가 인간에게로 되돌아오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원인과 결과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의 결과가 인간 사회에 나타나는 데 수개월에서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와 달리 인식을 개선하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 피 해자가 일부 국가나 계층이 아닌 전 인류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를 줄여나갈 확실 한 이유를 갖고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가장 크게 침해받는 인간의 권리는 건강 권, 더 나아가 생존권이다. 멀리는 사막화로 물과 식량이 부 족해지면서 삶의 터전을 잃는 아프리카 기후난민부터, 가까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편안하게 숨 쉴 권리’를 위협받고 우리나라와 중국까지, 그 사례도 다양하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더욱 심각하고도 광범위하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치약이나 세안제의 세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사용과 함께 물로 흘러들어가는 1차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일반적인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모되고 풍화되며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지는 2차 플라스틱도 포함된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 어 패류나 초식동물 등의 먹이사슬을 거쳐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로 되돌아오는데, 2019년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 대학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양이 신용카드 한 장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플라스틱이 무서운 이유는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인체에 흡수되어 갑상선 등 호르몬 장애, 각종 암 유발, 피부염, 성장 및 생식 저하 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 섬뜩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심지어 우리 모두가 당장 미세플라스틱 사용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지구 곳곳에 쌓여있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계속해서 생태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무서운 이유는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인체에 흡수되어 갑상선 등 호르몬 장애,
각종 암 유발, 피부염, 성장 및 생식 저하 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구 환경을 누릴 권리를 잃지 않으려면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반 대중의 실질적인 참여는 물론이고 기후협약과 환경법 등 제도적 장치 역시 환경 위기의 심각성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열풍 속에 오히려 후퇴하는 모양새다. 플라스틱 포장재 없는 상점의 등장이나 분리배출 표시 기준 강화 정책 등 일부 진전된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달음식과 포장용기 사용 증가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가 2020년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전 국 260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가장 큰 비중 을 차지하는 것은 매일 소비하는 식품 포장재로 71.5%를 차지했다. 양으로 따지면 가구당 1주일 평균 1만 1,888개에 달했다.
기후온난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환경문제가 마찬가지지만,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전 인류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은 과도한 포장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더불어 과포장 제품의 구매를 기피하고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철저한 분리배출로 재활용률을 높이는 일반 대중의 역할도 필요하다.
인류 공통의 자산인 지구의 환경과 자연을 누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다. 하지만 그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온전히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이다. 환경문제는 드러나는 데도 해결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지구 환경을 소중히 지켜나가는데 동참한다면 환경과 인권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후손들에게도 우리가 누린 귀한 권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