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 -「강제실종방지협약」 채택 20주년, 관련 법률안 조속히 의결해야 -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8월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서 강제실종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합니다.
□ 올해는 유엔 총회가 2006년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하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채택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유엔은 이를 기념하여 2026년의 슬로건을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지금 행동해야(Victims first. Actions now)”로 정하고, 피해자의 진실을 알 권리, 사법정의에 대한 권리, 배상 받을 권리를 모든 대응의 중심에 둘 것을 각국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 강제실종은 국가기관 또는 그와 관련된 행위자가 사람을 체포?구금?납치하는 등 자유를 박탈한 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 사람의 생사 또는 소재를 은폐함으로써 피해자를 법의 보호 테두리 밖에 놓이게 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입니다. 그 과정에서 신체의 자유와 안전, 생명권, 인간의 존엄성 등 여러 기본권이 장기간 동시에 침해될 수 있습니다.
○ 그 피해는 실종된 당사자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오랜 세월 희망과 절망을 반복해야 하고,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놓이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강제실종을 독립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으로 행해질 경우 반인도범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24년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와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실무그룹(WGEID)은 공동성명을 통해 강제실종 금지는 국제법상 어떠한 경우에서도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 강행규범의 지위에 도달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 우리나라는 2022년 「강제실종방지협약」을 비준하였고, 2023년 2월 국내에서 발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강제실종을 예방하고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진실을 알 권리와 정의를 실현할 권리, 배상과 회복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현재 제22대 국회에는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강제실종범죄 처벌, 강제실종의 방지 및 피해자의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2건이 발의되어 있으나 아직 입법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 인권위는 2025년 7월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률안의 조속한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강제실종 행위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강제실종의 규율, 강제송환 금지, 사회적 약자와 강제실종 피해 아동의 보호, 피해자 범위의 확대와 배·보상 및 구제 등을 법률에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 특히 2026년은 우리나라에서 「강제실종방지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최초 국가보고서에 대하여 유엔 강제실종방지위원회는 지난 3월 19일에 쟁점목록을 채택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27년 3월 31일까지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인권위도 서면 의견서(Written submission)를 준비하여 강제실종방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 강제실종으로 인한 고통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종자의 생사와 행방, 실종에 이르게 된 경위와 책임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해자와 가족들의 기다림 역시 끝날 수 없습니다.
○ 관련하여, 6·25전쟁 전시·전후 납북자와 미송환 국군포로, 북한 억류자 등의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고 가족의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과거 국가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강제실종 문제 역시 충분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또한 아동을 원가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서류의 조작이나 은폐 등이 수반된 국제입양 사례 등 협약의 적용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히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 이를 위해 인권위는 「강제실종방지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회가 협약의 완전하고 실효적인 국내 이행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무엇보다 협약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조속히 마련하고, 피해자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앞으로 어떠한 사람도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 앞으로 인권위도 강제실종 피해자와 가족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우리사회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강제실종의 문제를 피해자의 관점에서 거듭 살피겠습니다.
□ 다시 한번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모든 강제실종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은 연대와 위로의 뜻을 전하며, 지금 우리의 노력이 피해자를 최우선에 두는 강제실종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 8. 29.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