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하는 사람’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도록 사각지대 해소해야
□ 오늘은 1890년 5월 1일 시작된, 전 세계 노동자들의 기념일인 ‘노동절’입니다.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등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법을 생성·발전시켜 왔습니다. 각국의 노동법은 그 시대의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노동자의 권리 증진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 이러한 노동법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노동법의 보호 대상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취약계층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플랫폼노동종사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헌법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법정근로시간, 부당해고 금지, 연장근로 제한, 연차유급휴가 등 노동조건의 기본적 조항에 대한 적용이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줄곧 배제되어 왔습니다. 4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수는 약 334만명으로 전체 총 종사자수의 약 17.7%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의 적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한편, 디지털기술 발전 등 노동을 둘러싼 경제적ㆍ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특히, 플랫폼노동은 사용자가 직접 노동과정을 통제해 왔던 그동안의 업무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설정한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노동종사자에게 일감을 주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각종 통제와 제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그 결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노동종사자는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에서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원에의 소송을 거치는 등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 유럽연합(EU)은 최근 2024. 4. 24.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지침」(Directive of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in platform work)을 의결하여 플랫폼노동종사자가 플랫폼의 통제와 지시를 받을 경우 ‘노동자(Worker)로 본다는 고용관계의 법적 추정’과 ‘그 반대의 입증책임은 플랫폼운영자에게 있음’을 규정함으로써 플랫폼노동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권리 보호를 천명하였습니다. 이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년 이내에 국내적 입법 등을 통해 위 지침을 이행하여야 하고, 이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 국민의 대부분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그 자신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는 현대 산업국가에서, 노동법은 일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노동법 적용 대상은 불변의 기준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고, 노동약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그간 국회에서 여러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대부분 입법에 이르지 못하였던바, 노동법 보호 대상 밖에 있는 노동취약계층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회의 입법적 개선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등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입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 진전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2024. 5. 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