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의 약속과 다짐 되새기며 안전사회 실현 향해 함께 마음 모아야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4?16세월호 참사(이하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유가족 및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트린 비극적 사건인 동시에 안전한 사회 실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분출시킨 사회적 참사입니다. 이번 10주기를 맞아 우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되새기며,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날 이후 국민들이 노란 메모지에 적었던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약속과 다짐이 모여 비록 더디긴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불행한 개인사’로만 여겨졌던 사회적 재난·참사가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 기업 등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 또한 피해자들의 권리의식도 점차 강화되어 그동안 시혜적 조치로 여겼던 피해자 지원에 관한 사항이 ‘당연한 피해자의 권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며, 이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희망적입니다.
□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분들이 항상 함께 해주셨다는 것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세 번의 특별조사기구가 설치되었지만 세월호의 침몰과 구조과정에서 30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원인을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승객 구조 실패 책임과 관련하여 현장 구조정 정장 외의 해경지도부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어찌하여 여러 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진실에 닿을 수 없었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재의 제도가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 사회적 재난·참사 재발 방지 및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등의 진전이 부족하였습니다. 그간 헌법에 국민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생명과 안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 중대한 사회적 재난·참사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노력 등이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였습니다.
□ 앞선 재난·참사로부터 교훈과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하여 유사한 재난과 참사에 대한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다음 세대에도 위험한 사회를 물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10·29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 구축을 위해 어느 정도 진전하였는지 보여주는 성적표와 같습니다.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사회적 재난·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하여 정부와 국회가 좀 더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다시는 당신들과 같은 가슴 아픈 희생이 없는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10년 전의 약속과 다짐을 되새기면서, 우리 모두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2024. 4. 16.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