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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
담당부서 : 혐오차별대응기획단팀 등록일 : 2021-03-31 조회 : 5510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

-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3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TDOV)입니다. 이 날은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관련 의제들을 가시화하기 위한 국제적 기념일입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만들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가 사회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를 보여줍니다.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과 본인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사람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2019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정신장애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성별 정체성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의학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 및 조약기구, 유럽평의회 등 국제기구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에 대한 결의안과 권고안, 일반논평을 발표하고, 각 국가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경우, 트랜스젠더 인권과 관련한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에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경우는 19%에 불과하였습니다. 정부의 각종 통계조사와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방송과 미디어는 트랜스젠더를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다루기보다 비극적 존재나 편견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어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오히려 강화하기도 합니다.

 

트랜스젠더가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용기를 내야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평등사회를 꿈꿔왔던 극작가 이은용님, 음악교사이자 정치인 김기홍님, 당당한 군인 변희수님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심리상담사 600명은 세분의 죽음에 슬픔과 책임을 느끼며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진을 구성하고, 관련 직원교육, 성중립화장실 등을 마련한 병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의 건강권을 다룬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종교계, 성소수자 부모,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차별금지를 위한 평등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이러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해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정책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원칙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우리 사회의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할 평등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분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21. 3. 3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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