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정감사 위한 금융거래정보 요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소지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 표명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국정감사나 안건심의에 필요하여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해당 법률안은 「헌법」 상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 2019년 12월 31일 김정재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나 안건심의에 필요한 자료로서 해당 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경우에는 명의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도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헌법」은 제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기본권으로 판시한 바 있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도 모든 사람은 사생활 등에 대해 자의적, 불법적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특히 국가가 법률에 의해 사생활을 간섭하더라도 그 목적이 타당하고 반드시 필수적인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규정하는 ‘금융거래정보’는 특정인의 금융거래사실과 금융회사 등이 보유하는 금융거래에 관한 기록을 말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법」 등에 따른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즉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인권위는 금융거래정보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금융거래정보’는 다양한 금전적 거래 내역의 파악을 통해 특정 개인의 상세한 활동까지 추론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금융거래 내역을 통해 타인의 민감한 사적 영역도 노출될 위험성을 지니므로 일반적 개인정보와 비교하여 볼 때 그 보호 필요성이 상당히 높다.
○ 현행 「금융실명거래법」은 국회의 국정조사에 필요한 자료로서 해당 조사위원회 의결에 따르는 경우에 한해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금융거래정보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법률이 정한 예외적 경우에 한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파악된다.
○ 국회의 국정조사는 국정의 특정 사안을 조사하는 것으로 그 조사목적과 범위, 인적대상이 구체적이다. 반면 국정감사나 기타의 안건심의는 국정 전반에 대한 것이므로 목적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인적 대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조사 목적과 범위 등은 비교적 특정되어 있기는 하나 조사대상이 공직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직계존비속까지 확대되며, 일반적으로는 공직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동의를 얻어 금융거래정보를 제출할 것이 예상된다.
○ 이에 따라 인권위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국회의 국정감사, 안건심의 등에까지 명의인의 동의 없는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을 통해 명의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의 사적 영역도 예기치 않게 드러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별첨: 결정문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