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견표명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하 “개정안”)과 관련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간접체벌’ 허용 규정 신설 바람직하지 않아
개정안은 이른 바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지도의 구체적 방법 및 범위는 학칙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이 말하는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그 내용을 특정하기 어렵고, 실제 ‘직접’ 또는 ‘간접’ 체벌의 경계가 모호해 이에 근거해 입법위임을 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간접체벌’이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 등에서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에 비해 더 안전하거나 덜 고통스럽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이 안고 있는 인권침해적 요소나 비교육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간접체벌’ 허용 규정 신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그 모법인 「초·중등교육법」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학생 지도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불가피한 경우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훈육·훈계 방법을 허용할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체벌을 금지하고자 한 「초·중등교육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되며, 동시에 상위법인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 보장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 ‘체벌은 통제와 권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을 양성할 위험이 크고 학생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바 있습니다.
출석정지 도입 신중히, 재심청구권 부여 등의 조치 보완해야
개정안은 학생 징계 내용으로 “학칙에서 정하는 훈계·훈육 방식”을 신설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징계는 학생의 학습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종류를 법령에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학칙에 위임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이나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으므로 해당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개정안의 ‘출석정지’ 제도는 학습권을 박탈하는 중징계이면서,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무단결석’으로 기록되어 상급학교 진학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등 대상자에게 미치는 피해 범위가 매우 큽니다. 특히, 현행법상 재심청구권은 퇴학처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출석정지의 경우 학생의 재심청구권도 보장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출석정지 제도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며, 도입이 꼭 필요하다면 현행법상 재심청구권 규정의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출석정지 징계의 중함을 고려해 학생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생의 권리 제한과 그 범위의 학칙 위임은 바람직하지 않아
개정안은 학교의 장에 대하여 “교원의 교육·연구활동 및 학생의 학습활동을 보호하고 학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학생의 권리 행사 제한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포괄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인권 제한 기준으로 삼은 ‘교원의 교육ㆍ연구활동 및 학생의 학습활동 보호와 학내의 질서 유지’라는 조건은 추상적이고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헌법」은 국민의 권리는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도 시행령에 근거하여, 더욱이 학칙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학생의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학생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을 명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의 입법취지에도 반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정안 제31조의5 제2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