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
- 인권위, 정신장애인 인권 실태와 정책 대안 담은 보고서 발표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이하 ‘국가보고서’)를 완성하고, 이에 기초하여 △국무총리에게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이 수립・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을 유기적으로 조정하고 통할할 것을,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는 국가보고서에 기초하여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높은 비자의 입원률, △필요 이상의 입원 기간, △일상생활에서의 차별 등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인권 현실이 선진국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에 있어, 국가가 주도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인권친화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007. 2 ‘정신장애인 인권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약 2년간 정신장애인 인권상황 및 정신보건 서비스 전달체계, 관계법령 등 6개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각국의 사례 연구,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 구성, 연구위원회 운영, 국제 토론회 개최 및 전문가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2009. 10. 26. 전원위원회에서 ‘국가보고서’를 의결했습니다.
‘국가보고서’는 현행 법령과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을 비롯,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정부가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정신보건정책의 방향 등을 담고 있습니다.
국가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정책방향 및 핵심추진과제의 주요 내용은
ꊱ 입・퇴원 과정에서의 적정 절차 마련,
ꊲ 정신보건 시설 내 권리보장 및 치료환경 개선,
ꊳ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장애인 치료,
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해소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ꊱ 입・퇴원 과정에서의 적정절차 마련
국가인권위원회는 관행화되어 있는 비자의 입원을 최소화하고 입・퇴원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정신보건법에 ‘자의입원 원칙’을 명문화하고, △환자에 대한 입원요건 강화와 함께, △현재 6개월마다 하도록 되어 있는 계속입원심사와 관련해,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 기준을 개정하는 등 입・퇴원과정에서의 적정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비자의 입원 시 가족이 아닌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되어 입원한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인 환자에 대해서는 입원 후 보호계획 수립 의무화, △공공이송체계 및 위기개입서비스 구축, △공공후견인 제도 마련 등 적극적인 보호 조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비자의 입원 비율 86%, 6개월 이상 장기 입원 비율 53%
이와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병원, 정신요양시설, 사회복귀시설 등에 입원(소)하는 환자들 중 14%가 자의에 의해 입원(소)하고, 나머지 86%는 보호의무자, 시・도지사 등에 의해 비자의로 입원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선진국의 비자의 입원율이 3~30%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OECD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정신병상 수를 감소시키고 지역사회 시설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우리나라 정신과 병상 수는 1999년 이후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정신병상 수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아일랜드는 -1.43, 오스트리아는 -0.34, 영국은 -0.72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정신요양시설포함 +0.49를 기록하여 현저한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입원기간에 있어서도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율이 2008년 53%를 상회하고 있어 재원일수가 지나치게 장기화되어 있는데, 특히 정신요양시설에서는 평균 7년 이상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2008년 평균입원일수는 233일로 영국의 52일(1999년), 독일의 26.9일(1997년), 이탈리아13.4일(1998년)과 비교하여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 입원 과정을 보면, 퇴원 후 보호의무자에 의해 바로 타 시설로 비자의 입원되는 환자가 4명 중 1명이었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퇴원명령을 받아 퇴원했다가 재입원한 환자 중 55.9%는 하루 만에 재입원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정신의료기관 등의 입퇴원 과정에 있어서의 적정절차가 미흡하고 지역사회에 정착ㆍ생활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고서’에 정신장애인의 입・퇴원 과정에서의 적정 절차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ꊲ 정신보건시설 내 권리보장 및 치료 환경 개선
현재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자신의 입・퇴원이나 치료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보건법」내에 “정보제공”에 관한 조항 신설, △「정신보건법」상 개인정보 보호 기준 강화, △면회・통신・방문 등 외부 소통권 제한에 대한 규정 개정, △격리・강박 기준 엄격화 등을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유의 제한은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최적의 치료는 적정한 의료 인력과 시설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므로 △ 정신의료기관의 인력기준 상향조정, △의료급여 수가의 실질화로 치료 환경 및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밖에, 지역사회 보호 중심의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차등수가제 평가항목에 시설기준 및 지역사회 연계율 등 포함하고, △정신요양시설의 기능을 ‘지역사회 생활시설과 재활시설’로 재정립하여 그 기능과 역할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보건복지가족부, 관할 보건소 등이 연계한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입원환자 34.7% 설명 없이 강박, 강박시간이 24시간 초과 한 경우도 6.3%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정신보건시설 입원환자 중 51.5%는 병원관계자, 가족 등으로부터 입・퇴원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입원 환자의 25%는 의료진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강박당한 경험이 있으며, 강박시간이 24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6.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장애인 인권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ꊳ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장애인 치료
정신장애인의 경우 퇴원 후 지역사회에 적절히 연계되지 못하면 사회에 방치되거나 재입원될 가능성이 높으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퇴원환자와 지역사회에 거주 중인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연계체계의 강화,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의 확충, △정신보건 복지예산의 확대 및 효율적 운영, △지역예산기준 고지 및 균형발전예산 지원, △가족 및 자조모임 지원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신보건서비스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해소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정신질환의 진단력이 있다는 이유로 근로의 기회를 제한하고, △‘정신병자’, ‘정신이상’등과 같은 추상적 용어로 광범위한 불이익을 줄 위험성을 내포하는 차별적 법령이 다수이며 △실제, 보험가입 제한과 같은 차별도 존재하고 있는 등 정신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들이 차별 문제를 양산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차별로 이어지고, 이러한 차별은 다시 편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고서’를 통해 △‘정신분열증’ 병명 개명 △‘정신병자’, ‘정신이상자’, ‘정신미약자’와 같이 편견을 조장하는 용어 정비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각종 차별적 법령 정비 △대중매체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정신장애 관련 인권 교육 강화 등의 정책 대안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