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신중해야”
-통신제한조치(감청) 등에 대한 통제장치 필요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008. 10. 30. 국회에 제출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한성 의원 대표발의)」(이하 ‘개정안’이라 함)’ 검토 결과,
국가안보 및 범죄수사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한 통신제한조치(감청)는 허용될 수 있으나 최후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그 내용과 절차에 엄격한 사전・사후 통제장치를 마련해 국민의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국회의장에게 ‘개정안’의 통신제한조치(감청) 및 통신사실 확인과 관련된 조항에 대한 수정・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개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하는 것과 관련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정보는 현행법의 발신기지국 위치 추적시스템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휴대용 개인 단말기의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것으로서 단말기를 사용하는 자의 주변 5미터 거리까지 추적이 가능합니다. 더욱이 향후 유비쿼터스 컴퓨터 시대에는 대부분의 정보에 위치정보가 포함될 것이며, 이 때 ‘개정안’과 같이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하는 경우 개인의 모든 위치정보가 수사기관 등에 무차별 노출될 수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매 십분 단위로 피감시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현행 수사기관의 수사방식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침해 우려는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다 엄격한 요건과 사전・사후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개정안’과 같이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하는 경우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이 부당히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어, 이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 통지의무 신설 부분과 관련해
현행법은 개별 사용자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 통지 의무를 수사기관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개별 사용자에 대한 통지 의무를 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면서, 수사기관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사실을 통신 사업자에게 일괄 통지하도록 하는 것으로 의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의 의무를 민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국민의 알권리 및 자기정보관리통제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통지제도의 취지를 반감케 할 우려가 있으므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사실의 통지는 현행법과 같이 수사기관에 의해 행하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신제한조치(감청) 집행에 필요한 장비 등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구비토록 한 부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들에게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등에 의해 휴대전화 등 국민의 일상적 사생활이 상시적으로 감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감청장비의 상시적 운용에 따른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차단기술이나 제도적 통제장치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사업자에 의한 악용과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한편, 전기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더라도 감청 관련 장비를 전기통신사업자의 비용으로 구비하도록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어, 이 부분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은 삭제되거나 수정・보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 의무를 규정한 부분 관련
우리 사회의 경우,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유출 문제가 심각하고 사업자가 보유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즉각 삭제토록 하는 제도적 대책이 필요함에 따라 정부는 최근 개인정보의 수집과 보관을 최소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개인정보보호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정안’에서 민감한 개인정보(통신사실 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일정기간 보관케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의 정보보호에 역행된다고 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비록 범죄수사 목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통신기록 확인의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아직 발생되지 않은 범죄 해결 목적으로 범죄 예비단계도 아닌 일반인 통신기록을 최대 1년간 보관하도록 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와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안과도 배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모든 사업자에게 개별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강제적 보관의무 부여는 국민의 프라이버시권과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되거나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관련 규정을 통신비밀보호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삭제 또는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 12. 27. 당시 제17대 국회에 제출되어 있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법제사법위원장 대안)」에 대해 “개정안의 일부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역행하여 통신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등에 대한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영장주의에도 위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한 바 있었고, 동 개정안은 당시 여러 논란 끝에 제17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폐기된 기존 법률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개정 법률안이 2008. 10. 30. 제18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었기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시금 동 법률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였고, 종전 의견표명의 내용과 같이 “국민의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을 위해 통신제한조치(감청)에 대한 사전적, 사후적 통제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며,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조치와 관련된 일부 조항의 수정・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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