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해야
최근 한 방송사가 보도한 스포츠계의 성폭력 실태가 많은 시민들에게 심각한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2007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등에게 학생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면서 밝힌 것처럼, 다수의 아동 학생선수들부터 성인 여성선수들까지 일상적으로 신체적, 성적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반인권적 현실을 생생하게 재확인시켜준 것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인권 침해의 현장을 마주하면서 우리 위원회는 많은 학생 및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게 성폭력 피해와 극심한 삶의 고통을 초래하고 있는 체육계의 구조적 관행과 시스템, 그리고 일부 지도자들의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도에 우리 위원회는 학생선수와 여성선수의 인권 보호 및 향상을 위한 노력과 활동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학원스포츠를 포함한 스포츠계 전반의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체육계의 분명한 결단과 개선 의지를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 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관련 정책, 제도, 관행의 개선 검토에 착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우리 위원회는 2008년도 업무계획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 향상과 학원스포츠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학생선수 성폭력 피해 실태 및 근절 대책 등을 주제로 학생선수 인권 증진을 위한 연속 기획 토론회를 개최하고, △중도탈락 학생선수의 인권상황을 실태조사하며, △해외 선진국의 학원스포츠 정책 및 실태를 연구하고, △ 학생선수 인권 향상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송 보도에서 확인된 스포츠계의 성폭력 실태는 더욱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의 강구를 요하는 것인 만큼, 우리 위원회는 학생선수 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하여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대책 검토 활동에 즉각 착수하겠습니다. 또한, 지난해 W은행 박모 감독의 성폭력 사건과 같은 실업계 여성선수의 성폭력 피해실태에 관하여도 다각도로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위원회는 스포츠계 전반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와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정부와 체육계가 스포츠계 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명확한 인식과 의지를 가지고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나아가, 이 문제는 일시적, 대증적 요법만으로는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 사안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학생선수 및 여성선수들의 인간적 존엄과 최소한의 인권 보장에 대한 요구조차 억압하고 배제해온 엘리트스포츠 위주의 국가 정책과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체육당국은 기존의 국가적 스포츠 정책, 제도, 관행, 문화를 과감하게 개혁하기 위해 진정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우리 위원회는 2006년에 초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침해 실태 및 신체적, 성적 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한 바 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초등학교 학생선수 746명 중 111명(14.9%)이 성추행을 경험하였다고 답변하여 충격을 주었습니다. 피해자 111명의 성별 분포는 남학생 응답자 611명 중 103명(16.8%), 여학생 응답자 135명 중 8명(5.9%)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남학생의 경우 코치와 감독 등 지도자(피해자 103명 중 43명), 운동선수 선배(41명) 순이었고, 여학생의 경우는 대부분 지도자(피해자 8명 중 7명)였습니다. 이후 우리 위원회가 개최한 정책토론회, 전문가 간담회, 그리고 관계당국과의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등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이 스포츠계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2007년 12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신체적․성적 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한 획기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문화관광부장관,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대한체육회장에게 ⑴ 학생선수의 수업 결손에 대한 대책 강구, ⑵ 초등학교 운동부 합숙소 폐지 및 학교운동부 합숙소 시스템 개편, ⑶ “최저학업기준인정제도” 도입, ⑷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근절 종합 대책” 마련, ⑸ 전국(소년)체전 개최 방식의 획기적 개선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학생선수에 대한 신체적, 성적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한층 강화된 형태의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여 학생선수 지도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그 정도가 중한 폭력․성추행 가해자는 명확한 법적 조치 및 영구 자격 박탈 등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이번 한 방송사의 취재와 성폭력 피해 선수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불러온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및 인권 침해 관행과 단절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위원회는 학생선수와 여성선수들의 인권 보호와 향상을 위해 더욱 분발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