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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선진화 지향하는 첨병이 되자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8-01-02 조회 : 2669

믿고 의지하는 국가인권위윈회 동료 여러분, 2008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역사를 단절과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연속적인 발전의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해가 바뀐다고 해서 한 기관의 역사적 소명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 달력을 걸면서 실천적 지혜를 가다듬고 각오를 다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 거는 새 달력의 의미를 함께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2008년 새 해가 우리 국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갑년을 맞는 해입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60이라는 숫자가 뿌리박은 역사성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회갑이란 한 사람의 인생의 완성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재확인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기미독립선언문이 절규했듯이, 이민족의 지배 아래 정당한 민권을 송두리째 삼제(芟除) 당한 우리 동포가 군국전제의 압제를 벗어나,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건국한 대한민국의 60년사는 실로 파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간난을 딛고 우리는 세계 중심 국가의 하나로 우뚝 섰습니다. 우리나라는 2차대전 이전의 식민지 국가로서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거의 유일한 나라로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경제적 지표는 선진국 문턱에 서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선진도는 경제적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경제력과 함께 국민의 일상 속에 법치가 뿌리박고, 준법과 인권존중의 국민의식이 정착된 곳이라야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신진국 반열에 오를 체계적인 준비를 위해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국민의식 신장에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2008년 새 해가 특별한 또 다른 연유는 곧 새 대통령이 이끌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기회 닿을 때마다 인권이란 한 마디로 국민이 일용할 양식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도록 국민의 일상을 보살피는 일이 우리 위원회의 소임입니다.  인권을 수호할 국가의 책무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며, 정권의 연장이나 교체에 따라 본연이 달라질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인권 수호와 신장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실천적 지혜는 새 정부를 탄생시킨 시대정신, 그리고 국민의 의식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합니다. 2008년을 ‘선진화 원년’으로 선언한는 새 정부의 정책 비전은 우리 위원회의 업무 방향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줍니다. 

  지난 2001년, 우리 위원회가 설립된 것이 한국사회 민주화의 제도적 상징이었다면, 이제 선진화, 국제적 기준, 실용주의, 균형을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국민의 일상적 규범과 국제적 보편규범으로서의 인권을 정착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된 인권문제가 극단적인 대립과 한계 상황에서 제기되던  격동의 시기가 서서히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서면서, 평화와 일상의 상황에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선진화 시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이러한 선진화 시대에 조응하는 성숙한 공복의식을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동료여러분,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에도, 우리 위원회는 실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국정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국민이 받은 인권침해와 부당한 차별의 항변에 대해 성의 있게 답하였고, 국민의 인권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했습니다. 크고 작은 인권 정책을 권고했으며, 국제무대에서도  나라와 위원회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장시일에 걸쳐 준비한 인권교육법과 차별금지법을 국회에 상정시켰습니다. 집회, 시위에 관한 여러 사건에서 균형적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평화시위 문화의 확산, 정착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장애인, 빈곤층, 등 각종 취약계층 보호에도 배전의 노력을 쏟았습니다.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북한 인권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의 인권을 챙김으로써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사회의 진로에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우리 위원회의 노력은 일상적 가치로서의 인권을 국민생활 전반에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위원회 설립 초기부터 주력해 왔던 몇몇 과제에 대해 지난 한 해 동안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선진 국제사회의 추세와 위원회의 권고에 부응하여 정부는 대체적 병역복무 제도의 도입을 결정하였고, 사형제 폐지 권고에 화답하여 지난 해 말에는 여섯 명의 사형수에 대해 감형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동료 여러분, 저는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제가 당부 드린 바가 있습니다. 이제 그 말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비록 나라 전체가 선거의 열기에 평정을 잃는다고 해도 우리 위원회는 평상심 속에 묵묵히, 그리고 철저하게 국민의 일상을 보살피는 소임을 다하자”고 함께 다짐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의 당부에 귀를 기울여 준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선진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첨병으로서 ‘인권’이라는 고귀한 이념을 지상의 가치로 신봉하면서, 특정 부류의 국민의 이익이 다른 부류의 국민의 삶에 고통을 가져다주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읍시다.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국가기관으로서 우리 위원회의 주된 임무는 정부와 국민의 인권 사이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곧 우리 위원회는 새 정부에 대해 여러 가지 인권 과제를 건의하고 주문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취한 기여를 되돌아보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과제를 성실하게 챙겨나감으로써 명실상부한 선진한국 건설에 기여합시다.

  

  친애하는 동료여러분, 새해엔 하루하루 우리의 가정과 일터에 기쁨과 보람이 충만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1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 경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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