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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 73.3% "피부색 때문에 놀림받았다"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4-02-16 조회 : 8613

혼혈인 73.3%, “피부색 때문에 놀림 받았다”인권위, ‘기지촌 혼혈인 인권’ 실태조사, 설문 및 심층면접 실시교육, 고용, 혼인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차별 지속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인권실태용역조사의 일환으로 2003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두레방(기지촌여성인권단체, 연구책임자 김동심 상담실장)’에 의뢰해 <기지촌 혼혈인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전쟁 이후 수십년간 지속돼 온 혼혈인 차별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실시한 것으로 △정부의 혼혈인 관련 정책평가 △혼혈인의 생애 및 차별 △혼혈인들의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문제 △혼혈인 인권보장 정책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두레방과 외부연구진 등 8명으로 구성됐으며,  국내거주 혼혈인 5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와 설문조사를 병행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혼혈인을 위한 정부정책의 부재 △출생에서 시작한 차별이 교육, 고용, 혼인의 과정에서 반복되며 사회적 소외를 낳는 점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부재를 주요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조사결과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부정책의 부재

   혼혈인 관련 정부정책은 1955년 이후 80년대초까지 해외입양과 해외이주 위주였고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병역면제, 기술교육 등의 정책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해외입양 등으로 혼혈인의 수가 감소하고, 1982년 ‘혼혈인미국이민특별법’이 미 의회를 통과한 이후 이렇다할 정부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978년부터 시작된 생계지원 정책이 있으나 이는 적십자사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혼혈인 복지를 위한 정부정책으로 보기는 힘든 면이 있고, 집행 금액도 1인당 월평균 1-2만원 정도로 실질적인 지원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교육, 고용, 혼인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차별의 경험

  혼혈인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차별은 학교에서 받는 놀림과 따돌림이었습니다. ‘학창시절 피부색으로 인해 놀림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73.3%로 가장 많았고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4.4%로 나타났습니다. 졸업이후의 차별경험으로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수군거린다’는 응답이 75.6%였고 ‘성희롱, 성폭행을 당한 경험’도 각각 29%, 8.9%였습니다.

  ‘고용에서의 차별’ 경험은 44.4%, ‘이성교제와 결혼의 어려움’은 37.8%로 응답했고, ‘부모에 대한 사회적 질타’의 문제를 차별로 인식한 경우도 24.4%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혼혈인들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학교와 직장, 결혼과 가족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유형의 차별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법적 보호장치 없어 차별에 소극적 대처

  혼혈인들은 차별을 받았을 때 주로 ‘참는다’와 ‘무시한다’가 전체 응답자 45명 중 33명(62.2%)을 차지했고 10명(22.2%)만이 ‘곧바로 항의한다’고 응답했으며, 법적인 대응방법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듯 혼혈인들은 차별을 당할 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는 차별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4. 지속적인 차별로 인한 사회적 배재와 심리적 장애

  조사에서 나타난 혼혈인 가구의 월평균 수입은 101만원에 생활비는 75만원 정도로 나타났으며, 혼혈인 본인의 수입은 월평균 89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저축은 거의 없었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혼혈 가구의 평균 빚이 3,882만원으로 수입을 비교했을 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학력 저하를 낳고 이것이 취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고용 그 자체에도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혼혈인 가구는 빈곤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높은 부채규모는 주로 생계위험에 처했을 때 발생했는데 불안정한 직장과 취업기회의 박탈을 겪으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빈곤으로 이어지는 혼혈인 문제는 심한 무기력과 심리적 장애를 발생시키고 있었습니다. 면접대상자 45명 중 19명(42.2%)이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으며, ‘자살충동경험’은 26명(57.8%)에 달했는데, 이는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평생 동안 지속되는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시혜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회통합 위한 정책마련 시급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혼혈인 차별 문제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체계적으로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혼혈인들의 출생배경에서부터 시작되는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인종차별 금지를 위한 정책 마련 △가장 많은 차별 경험을 하고 있고, 구체적인 차별이 나타나는 시기인 학령기 혼혈아동의 학교 생활에 대한 지원정책 마련 △혼혈인을 위한 실질적인 생계지원 정책 및 사회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노동자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현재 추진중인 차별금지법에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조항을 넣어 법적인 보호장치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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