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청송제2교도소 수용자 고모씨(48)가 2002년 5월 30일 자살하자 고모씨의 동생이 진정한 사건에 대해, “정신이상 증세가 있던 피해자에 대해 의무관의 진단 없이 연속징벌을 집행하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음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물어 법무부장관에게 당시 청송제2교도소장(현 김천소년교도소장) 강모씨와 보안과장(현 울산구치소 서무과장) 배모씨의 징계를 권고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연속징벌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는 수용자규율및징벌에관한규칙 제5조 제2항의 개정을 권고하는 한편, 진정인이 국가 등으로부터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키로 결정했습니다.
자살한 고모씨는 2001년 5월 이웃 사람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 시끄럽다고 항의하던 것이 폭행으로 확대되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고모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로 인해 군 복무를 면제받아, 고모씨의 가족들은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정신과 치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고모씨가 2001년 12월 17일 청송제2교도소로 이감된 뒤부터 자살하기까지 “계속 징벌(금치) 집행 중”이라는 이유로 단 한 차례의 접견도 허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고모씨의 동생은 “연속 징벌 등 가혹한 수감생활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렀고, 교도소측의 관리가 소홀해 자살을 예방하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행형법 제46조에는 5가지 징벌 가운데 ‘금치 2월 이내’를 가장 엄한 징벌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형법시행령 제145조는 ‘금치의 처분을 받은 자는 징벌실에 수용하고 접견, 서신수발, 전화통화, 집필, 작업, 운동, 신문․도서열람, 라디오청취, 텔레비전 시청 및 자비부담물품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고모씨는 2001년 5월 30일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뒤부터 자살한 2002년 5월 30일까지 금치 2월씩 총 6번의 징벌을 받았습니다. 징벌의 사유는 △동료 수용자가 코를 곤다며 잠을 깨우자 고모씨가 화를 내며 독거실을 요구(입실 거부)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며 욕설(폭언) △동료 수용자가 몸을 더듬자 전방을 요구하며 문을 걷어참(소란) △부식으로 지급된 된장이 손에 튀자 소리를 지름(소란) 등이었으며, 이 때문에 고모씨는 수감기간 1년 동안 10개월여를 연속 징벌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모씨는 금속수갑과 사슬, 포승 등의 계구를 79일 동안 착용했으며, 계구를 착용한 상태로 길게는 26일 동안 지내기도 했습니다.
대전교도소에서 징벌 처분 중이던 고모씨는 2001년 12월 3일 ‘신경과민증세로 징벌에 의한 개선효과가 없으므로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통한 심성 순화를 요하는 자’라는 판정을 받고 일시적으로 징벌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고모씨는 2001년 12월 17일 정신과 진료를 기다리던 중 청송제2교도소로 이송됐고, 이틀 뒤인 12월 19일 청송제2교도소는 “진료 결과 증상이 호전돼 징벌을 재집행해도 건강상 지장이 없다는 의무과장의 소견”에 따라 고모씨에 대한 징벌을 다시 집행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의무과장이던 송모씨는 “피해자에 대해 위와 같은 소견을 밝힌 적이 없다”고 국가인권위에 진술했습니다. 이와 관련 당시 피해자의 동정 기록을 작성한 조사교위 고모씨는 “피해자의 건강진단부에 ’특이사항 없음‘ 소견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시찰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건강진단부를 작성한 공보의 김모씨는 “피해자 진찰 당시 ‘징벌집행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가 정신병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아무런 기초지식이 없었으며, 진료도 영양상태나 자해 흔적 등을 살피는 일상적인 수준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행형법시행령은 △금치의 처분을 받은 자는 의무관 진단 결과 건강에 해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를 집행하지 못하며(제145조) △금치의 집행 중에 있는 자는 수시로 그 건강상황을 진단하게 하여야 하고(제146조) △징벌의 집행을 종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의무관으로 하여금 건강을 진단하게 하여야 한다(제148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송제2교도소는 피해자에 대한 징벌이 집행된 2001년 12월 19일부터 사망한 2002년 5월 30일까지 의무관의 실효성 있는 진단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신경과민 증세가 있어 치료가 요망된다”는 피해자의 건강상태를 무시한 채 연속징벌을 집행했습니다.
국가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2002년 4월 25일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이 때문에 법무부 예규일보 제305호 ‘문제수관리지침’에 따라 2002년 5월 10일 분류처우회의에서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수용자였습니다. 위 지침은 문제수용자로 지정된 자에 대해 시선 내 계호와 동정시찰을 철저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고모씨에 대한 대면계호는 5월 20일 경까지만 실시됐습니다. 또한 청송제2교도소측이 피해자에 대한 대면계호를 정지한 이유는 자살우려 해소가 아니라 내부 근무체계 변경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금치는 수용자의 건강권 외부교통권 인격권 등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비인간적인 징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 심각한 위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특히 정신질환이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청송제2교도소측이 5개월 동안이나 징벌을 연속 집행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는 청송제2교도소의 이상과 같은 행위가 헌법 제10조에 정한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며,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이를 통한 사회복귀를 목적으로 하는 행형법의 정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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