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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과 노인인권 기획조사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3-02-06 조회 : 6436
노인 1,349명·부랑아시설 노인 158명 면접, 시설종사자 1,260명 우편조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2002년 기획사업인 ‘버림받은 아동, 학대받는 노인’의 일환으로 2002년 7월부터 5개월간 노인관련 기획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일상생활에서의 노인학대 실상을 파악한 ‘지역사회에서의 노인학대 실태조사’ △시설 내에서의 노인인권현황에 대한 ‘무료 및 실비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인권실태 사례조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의 공간인 ‘부랑인복지시설 내 노인인권현황조사’ 등 크게 세 과제로 진행됐습니다.

  국가인권위에서 실시한 노인관련 기획실태조사는 노인들의 인권현실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조사일 뿐만 아니라, 시설거주 노인들의 시설 유입과정과 인권현황에 대한 최초의 조사로, 향후 노인정책 및 제도개선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지역사회에서의 노인학대 실태조사]

‘한국노인의 전화’와 함께 진행한 ‘지역사회에서의 노인학대 실태조사’는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15세 이상 75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와, 전국 4개 권역(수도권, 충청·강원권, 영남권, 호남권)에 거주하는 1,349명의 노인에 대해 실시한 면접설문조사로 이루어졌습니다.

전화설문조사에서는 △노인공경도 및 노인·노화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 △학대에 대한 민감도 △노부모 혹은 자녀와의 미래 동거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노인학대의 해결방안 등에 대한 태도를 조사하였고, 면접설문조사에서는 △학대의 경험 유무 △학대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 등을 조사했습니다.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반인들은 ‘노인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린다’(98.3%), ‘노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른다(90.1%) 등 신체적 학대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으나 ’노인의 친구나 친척 등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29.2%),’ 노인이 가족을 타이르거나 의견을 말하면 간섭한다고 불평하거나 화를 낸다‘에 대해서는 36.2%만이 학대라고 답해, 정서적 학대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2. 노인들의 학대 빈도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349명 중 510명(37.8%)이 1회 이상의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에게 무관심하거나 냉담하게 대하는 경우(19.9%), 응답자가 의견을 말하면 불평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12.3%) 등 정서적 학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3. 지속적인 피학 경험이 있는 17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한 결과, 사회경제적 변수에 따라 여성노인은 정서적·언어적·신체적 학대를, 남성노인은 방임․경제적 학대를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도시 노인들이 농촌 노인들보다, 지병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학대 경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4. 노인학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노인의 실제 학대 경험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반인은 2/3이상이 정서적 학대를 학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데 비해, 노인들은 1/3 이상이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노인을 수발하는 입장에서는 노인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노인에게는 학대로 여겨질 수 있으며, 그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노인학대의 위험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심층면접 조사결과, 노인학대의 가해자로는 아들·맏며느리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의 경우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다른 유형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전화설문 조사에서도 아들(42.9%), 며느리(39.9%) 등 직계존속이 노인학대의 주가해자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6. 학대를 받았을 때 노인들은 그냥 참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노인학대의 개입 여부에 대한 전화설문에서는, ‘신고할 의향이 있다’가 74.5%로 매우 높았지만, 가정에서 발생할 경우 신고할 의향은 52.8%로 낮아, 가정사에 대한 외부 개입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료 및 실비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인권실태 사례조사]

시설거주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미한 상황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무료 및 실비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인권실태 사례조사’는 △무료․실비 요양시설 종사자 1,260명에 대한 우편조사 △요양시설 11개소 337명의 노인에 대한 판별조사와 사례조사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을 대표하는 자료라고 할 수 없지만, 요양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권침해 발생 실태를 이해하여,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기능저하 노인의 인권보호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무료․실비 요양시설에서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의 노인인권 보장에 대한 인권침해의 인지 수준과 지난 1년간의 목격 여부 등을 조사한 결과, ‘시설입소나 전원(시설을 옮기는 일) 결정과정에서 노인의 참여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를 ‘강한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경우가 12.5%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입소시 시설생활에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74.8%) △‘원하지 않는 노인에게 청소나 빨래 등 어려운 일을 시키며’(85.9%) △‘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83.6%) 등에 대해서 ‘약한 인권침해’라고 답했습니다.

  2. 인권실태에 관한 직원의 인지도 점수를 5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입소·정원 시 노인의 참여(2.04) △개인물건의 소지(2.11) △식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메뉴 제공(2.23) △상담서비스 제공(2.06) △신체적 자긍심에 대한 배려(2.19)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밖에 ‘노인의 건강상태, 식성이나 식습관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지 않는 것’을 인권침해로 인지하는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 인권실태에 관한 직원의 목격율은 대체로 20% 이하였으나, 그 중에서 목격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항목은 △입소·정원시 노인의 참여(22.9%) △개인물건의 소지(22.7%) △정서적 지원에 관한 항목인 언어표현(22.6%) △신체적 자긍심에 대한 배려(32.4%) △노인들 간의 통합(31.0%) 등으로 조사되었고, ‘직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노인이 거부한다’는 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48.2%로 조사됐습니다.

  4. 시설거주 노인의 사례조사 결과, 시설 내에서의 직접적인 구타나 노동력 착취 같은 인권침해보다 △사생활 침해 △식사공간 미확보 △식사서비스 미흡 △주거의 질 저하 △충분한 의료서비스 부족 등이 중요한 인권침해로 나타났습니다.

  5.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발생원인에 대해 종사자들의 47.8%가 거주노인 개인의 성격(괴팍함, 무력감, 비협조적 자세 등)이라고 응답했고, △정부의 지원부족 10.4% △직원의 과도한 업무부담 6.3% 등의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랑인복지시설 내 노인인권 현황조사]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부랑인복지시설 내 노인인권 현황조사’는 노인들이 부랑인 시설에 수용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여 사회안전망을 검토하고자 진행했습니다.

  전국의 부랑인복지시설 가운데 수용인원이 비교적 많은 수도권 내 시설 3곳과 지방 1곳에서 60세 이상 노인 158명에 대해서는 면접조사를, 이 중 30명에 대해서는 심층면접을 실시했습니다. 부랑인시설과 노숙자시설 입소자 사이에 사회적 특성상의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조사대상자 확보를 위해 수도권 내 ‘노숙자 쉼터’ 5곳도 포함했으며,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랑인 시설 입소자 개인의 생애를 살펴보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삶의 패턴이 매우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형태로 바뀌는 시점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생애의 굴절 시점은 아주 어린 나이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순탄한 청·장년기를 보내고 거의 노년에 이르러 꺾이는 경우도 있어 사례별로 다양합니다.

2. 굴절 시점 직후 생활의 특징은 가족관계가 해체되고 노동의 형태가 변화하며, 일상생활의 규칙이 헝클어지고 주거가 불안정해지고, 심리적으로는 삶의 목표나 의욕을 상실하고 노동 의지가 약해져서 활동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3. 생애의 굴절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동기는 인성 등 개인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위기상황마다 적절한 안전망 구실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음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부모로부터의 지지관계 상실(부모의 사망, 모의 가출 등) △배우자의 상실(사망, 이혼, 가출, 별거 등) △건강의 상실(질환이나 장애 발생) △실직 △경제적 실패(사업 실패, 빚보증, 사기 등) 등이 부랑인 시설로의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4. 한편 여성의 굴절 동기는 본인의 실직이나 경제적 실패가 거의 없었으며, 남편의 음주·학대·도박·외도 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5. 시설 입소 전에 일정한 거처 없이 생활한 기간이 1년 이하로 비교적 짧았던 사람은 입소 전까지 주로 월세방이나 친지의 주거지와 같은 ‘집’(37%), 혹은 ‘여인숙이나 쪽방’(27%)에서 지낸 반면, 2년 이상 거처 없이 지냈던 사람은 입소 직전에 ‘여인숙이나 쪽방’(40%) 거주 이외에도 거리노숙(27%)을 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노인 및 시설전문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조사한 이번 노인인권실태조사를 통해 노인학대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노인을 부양하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지도가 낮고 부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노령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고 연대의 책임이 대부분 가정에게 전가되어, 가정해체는 곧 개인의 사회경제적 전락을 초래하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노인들이 부랑인 복지시설 등에 거주하게 되는 것은, 개인적 인성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부족이 더 중요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인권위는 향후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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