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지휘관 및 장애인, 국가인권위 합의권고 수용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2002년 4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6시간 가까이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의 통행권을 제한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대 소속 김모 경위와 박모 경사에 대해, 피진정인 및 진정인 최창현씨(38?밝은내일회 회장)의 합의를 권고했으며, 양측은 22일 오후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합의권고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0조 및 조사구제규칙 제26조에 따른 조치이며, 합의내용은 “소속 지휘관은 통행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해 과도한 직무집행이었음을 사과하고, 차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진정인은 “차후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2002년 4월 10일 오후 청와대 신교초소 건너편 공영주차장에서 “청와대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조사에 응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던 최씨가, 보호자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신교초소를 경유해 광화문 역으로 이동할 무렵, 경찰이 통행을 제지하면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저녁 7시15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10분까지 최씨의 통행을 막았으며, 최씨는 4월 11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최씨가 당초 “경복궁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도 청와대 경비구역을 경유하여 광화문역 방향으로 향한 점과, 최씨가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는 점 등을 들어, 경호경비상 위해요소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씨의 통행을 제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참고인은 진정인의 최종목적지가 처음부터 광화문역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광화문역에는 장애인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반면, 경복궁역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최씨가 굳이 경복궁역으로 가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최씨의 1인시위가 경비상 위해요소였다는 경찰측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1인 시위는 저촉을 받지 않으며, 최씨의 1인 시위는 청와대 경비구역 밖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됐습니다. 또한 최씨가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씨의 1인 시위를 경비상 위해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합의권고로 마무리한 데는 경찰측의 사후 행동에 대한 정상도 참작됐습니다. 조사 결과 경찰측은 진정인에게 차량으로 경복궁역까지 데려다 줄 것과 여관투숙 등을 안내했으며, 여관비도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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