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7~08] #4 교실이 필요해요!
지난 2017년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요청하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사건과 2024년 과밀학급을 맡았던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을 기억한다. 그 이후 대한민국의 특수교육 환경은 나아졌을까? 안타깝게도 우리 곳곳에서는 특수학교 설립 및 특수학급 확대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로 특수학교 개교가 연기되거나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특수학교의 과밀학급 발생과 입학 유예 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에 특수교육대상자는 증가하고 있어 특수학교, 특수학급, 특수교사의 부족은 개선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학교의 학급증설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여 장애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도록 권고하였다.
이 권고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일반 학교에서 6년 동안 학교생활을 마치고 특수학교에 입학 지원을 하였는데 학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학이 불허된 사건이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특수어린이집에 다니도록 했고, 8살이 되어서는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가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이가 실수로 고학년 오빠의 장난감을 건드렸으나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오빠로부터 주먹으로 명치를 맞았던 일, 수학여행 때 담임교사로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만 조를 바꿔가면서 진행하겠다는 안내를 받았던 일 등 6년 동안 아이에게 친구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의 부모는 특수학교 입학을 간절히 원했고, 그날만을 기다리면서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온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생리를 시작하였음에도 생리를 대변으로 인식하여 속옷을 갈아입어야겠다는 인지도 어려워하고, 상의나 치마를 들어 올려 얼굴을 닦기도 하는 등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고, 이미 초등학생 때 일반학교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교육청은 학교 배정은 규정에 따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학 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라 하고, 해당 특수학교는 입학을 원하는 아이들을 수용하고 싶지만 교실 수가 부족하여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교육청에 교실증설계획을 제출하였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특수학교의 입학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재량의 남용 또는 일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사유로 아이가 원하는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아이가 원하는 특수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없는 사유가 해당 특수학교의 교육 여건상의 한계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교육법이나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근거로 장애아동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국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특히 특수학교는 장애아동의 사회적 기술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의 부족으로 일반학교의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아동에 대한 개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그들의 특성과 요구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제공하므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그만큼 장애아동이 자신에게 맞는 교육환경에서 학습하도록 하므로 더 나은 정서적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해당 특수학교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기에 특별실 등을 교실로 전환하는 등의 입학을 원하는 학생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한계에 다다르게 된 것이었다.
이번 권고는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과는 다르게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고 그 원인이 예산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단순히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설치된 것으로 교육 분야에서 의 균등한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원하는 특수교육대상자 모두가 입학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하는 환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교육부는 2025학년도 1학기 전국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과밀학급이 전년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인천과 제주가 눈에 띄게 감소하였고, 대구, 광주, 울산, 세종도 과밀학급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전국적으로 특수교육 현장의 과밀학급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학급이나 학생의 과밀 비율이 높은 지역이 존재하고 있고, 지역별 편차가 있다는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거나 어쩔 수 없이 입학을 유예하는 등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글 | 김동호(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