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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

인권위가 말하다 [2025.07~08] #3 키즈카페를 이용하려는 장애인이 장애인 본인의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

 

(사진은 사건과는 관계없음. 사진: Felix Wong, https://felixwong.com/2017/09/more-small-world-moments/, CC-BY 4.0)
(사진은 사건과는 관계없음. 사진: Felix Wong, https://felixwong.com/2017/09/more-small-world-moments/, CC-BY 4.0)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부터 시행되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식당·학교·의료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입장을 거부하였다는 소식이 여전히 들려오곤 한다. 키즈카페의 경우에도 업주들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아동 또는 보호자인 장애인의 입장을 거부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입장을 거부당한 장애인들 중 일부는 인권위에 구제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한 키즈카페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휠체어 이용자인 A 씨는 자녀와 함께 키즈카페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키즈카페는 A 씨에게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되어 있다고 안내하였고, 키즈카페의 안내에 따르면 A 씨는 자녀와 동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키즈카페 이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A 씨가 방문하려던 키즈카페는 매점 등 휴게시설, 키즈존, 게임존, 기타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키즈존과 게임존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으며 아동 이용자들은 기거나 누울 때 주로 카페트 바닥을 이용하고 있었다.

 

키즈카페 측은 주요 고객이 영유아와 아동들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 있고, 이 때문에 성인은 키즈카페에서 준비한 실내화로, 아동은 미끄럼방지 양말로 갈아신어야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유모차 등 이동 수단은 외부에 마련한 보관소에 세워두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어린이놀이시설 이용자에게 위해·위험을 주거나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관리에 장애가 되는 행위가 제한되고, 휠체어로 키즈카페에서 이동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위해·위험을 주거나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관리에 장애가 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키즈카페 측은 자신의 행위가 관련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으나, 인권위 조사 결과 관련 법령·조례 소관 기관들은 휠체어 이용이 어린이놀이시설에서 제한되는 행위가 아니라고 하였고, 장애인의 휠체어 탑승과 이동을 차량, 놀이기구 아닌 물건 및 움직임 없는 장비 등의 위험요인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 진정이 제기된 이후 키즈카페는 수동휠체어를 비치하고 카페트가 깔린 구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하는 장애인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평소 이용하던 휠체어 이용을 포기·중단하여 휠체어로부터 분리된다면, 장애인으로서 부득이한 선택이나 결정을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제한당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개별 이용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휠체어라면, 원활한 이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돌발상황에서 대처가 어려워지는 등 오히려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으므로, 키즈카페에 마련된 수동 휠체어로 일률적으로 바꿔 타도록 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권위는 휠체어 등 장애인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키즈카페를 이용하는 경우 장애인 본인의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위와 같이 진정사건을 ‘처리’하였지만, ‘해결’ 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렇기에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부당하게 거부당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엄연한 권리이고, 비장애인들의 시혜적인 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를 이유로 거부를 당하였다는 진정이 접수되고 있고, 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주변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취급되고 만다. 이번 진정사건이 이 같은 현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 황진영(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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