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7~08]
#2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군인 등에게 징계처분
결과를 통지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 6월 국방부장관에게 군인·군무원 징계사건 피해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징계처분결과 통보 대상 처분 사유에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등이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다.
왜 위원회에 진정하게 되었을까?
이 사건 진정인은 병사로 군복무를 하던 중 같은 부대 다른 병사들을 언어폭력 등을 이유로 형사사건으로 신고하였던 사람이고, 피진정인은 소속 부대 지휘관으로서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를 하였다가 해제하였으며, 관련 징계절차 전반에 대한 지휘권한을 가진 사람이었다. 진정인은 피진정인이 부당하게 진정인과 행위자들과의 분리조치를 해제하여 형사사건 피해자인 진정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하였으며, 행위자들의 징계절차 전반에 대하여 피해자인 진정인에게 통지하지 않아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진정하였다.
사건이 기각된 이유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군부대 내 구타·가혹행위, 병영내 악·폐습 등 사건 발생시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시·공간적으로 분리하는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는 초동 인사조치로서 그 실시 및 해제는 지휘관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피진정인이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를 실시하고 해제하는데 그 지휘권한 행사가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었다.
또한, 군인·군무원의 징계사건에서 성폭력범죄 및 성희롱에 해당하는 사유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만 피해자가 요청하면 그 징계처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어, 언어폭력 등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진정의 경우에는 업무 담당자가 법적 근거 없이 진정인에게 피징계자 등의 방어권 보장·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징계와 관련된 사항을 통지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진정 자체는 조사 결과 제30조제1항에 따른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기각하였다.
기관별로 징계사건 피해자에게
처분 결과를 통보할 수 있는 사유가 달랐다.
그런데,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5조 제2항 제3호 등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 등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이 징계처분 사유인 경우에도 징계사건 피해자에게 징계처분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조사 도중 군인·군무원과 국가공무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렇게 통보 대상 사유가 다른지 입법 연혁을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과정을 알 수 있었다.
① 기존에는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징계사건중 징계처분 사유가 성폭력범죄, 성희롱인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처분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었고, 군인·군무원·소방공무원·경찰공무원·교육공무원의 징계사건에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처분결과 통보조항이 아예 없었다.
②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 5. 27.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은 형법상 상해·폭행의 죄 및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도 징계처분결과를 통보할 수 있는 사유에 포함하도록 하고, 군인·교육공무원·소방공무원·경찰공무원은 피해자에 대한 징계처분 결과 통보 근거를 신설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권고를 하였다.
③ 여러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군인사법」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사이에 「국가공무원법」 법률개정안 등이 ‘직장내 괴롭힘’을 징계처분 사유로 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징계처분 결과를 통지하도록 개정되었다.
④ 이후, 「군인사법」 역시 징계사건 피해자에게 징계처분결과를 통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신설되도록 개정되었지만,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의 징계사건에서 추가된‘직장내 괴롭힘’ 징계처분사유 없이, 기존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징계사건과 마찬가지로 처분사유가 성폭력범죄 및 성희롱인 경우에만 피해자에게 처분결과를 통보하도록 신설되었다.
이처럼, 시간적 흐름에 따른 차이가 있었을 뿐 군인·군무원의 징계처분결과 통보 대상을 좁힐 이유는 없었다.
군인·군무원 징계사건 피해자에게는
알 권리를 더욱 보장하여야 한다.
군인의 인권 보호 등을 명시한 최초의 법률이 2016. 6. 30.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으로 제정되었다. 제정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눈에 띈다.
“군 내 기본권 침해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어 (…) 병영 내에 잔존한 구타·가혹행위 등의 병폐를 근절하려는 것임”
군인·군무원은 직업군인인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병사인지와 관계없이 업무 환경상 외부 진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병영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이에 따라 민간 사회 국가기관이나 회사보다 훨씬 다양하게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구타, 가혹행위, 인격모독, 집단따돌림, 병영내 악·폐습, 병영부조리”등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사유를 훨씬 더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가 다루는 다양한 분야의 인권침해·차별행위 등 사건에서 각 그 분야만의 고유한 기준이나 표현이 있는 것 같다. 군인권 사건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은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이다.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출입·보안 등 민간에 비해 기본권 행사가 더 가중되어 제한되는 환경에서 영내에서 단체로 생활하는 사정을 살펴보면, 군인·군무원 신분의 피해자의 징계사건 처분 결과에 대해 알 권리를 다른 직렬의 공무원 신분의 피해자들에 비해 더욱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피징계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구체적인 징계위원회 의사결정 내용 등을 알리는 게 아니라 단지 최종 징계처분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만 알려준다면 피징계자의 방어권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장관에게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유형의 군인·군무원 징계사건 피해자에게 징계처분 결과를 통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권고하였다.
글 | 이은철(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