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7~08] #1 상근예비역 복무환경의 인권적 개선을 위하여
자살 예방과 신상관리, 그리고제도적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
군 복무 중 병사의 인권, 어디까지 보장되고 있나
군 복무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적 의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병사 개인의 인권과 복지, 심리적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상근예비역과 같이 군인이면서도 출퇴근하는 복무 형태의 경우, 기존의 관리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해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상근예비역 병사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사에 대한 신상 관리 미흡과 부대의 소극적 대응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도, 직접적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되었다.
사건의 쟁점과 인권위 판단
신상관리의 한계와 보호의무
피진정인은 도움·배려장병 관리 책임관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와 신상관리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초기 면담 1회 이후 추가적·지속적 면담 부재, 피해자의 경제적·가정적 상황에 대한 세심한 파악 시도 부족, 이상 징후 인지 후 복무적응도 검사 미실시, ‘배려’ 병사 등급 지정 검토 미흡 등 여러 점에서 자살 우려 식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다만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이러한 관리 소홀과 미흡함이 피해자의 사망에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보아, 인권침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부대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피해자의 자살 우려가 적절히 식별되지 못한 것은 피진정인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대 전체의 소극적 대응과 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이에 인권위는 재발방지를 위한 의견표명을 통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국가와 군은 병사의 기본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자살우려자 식별을 위한 직무교육의 강화
현행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신병 전입 시뿐 아니라 자대 배치 이후에도 심리검사, 관찰, 면담, 신상결산 등을 통해 자살우려자를 지속적으로 식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이상 징후 발견 시 신속한 추가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휘관 및 병사 관리 간부를 대상으로 자살 우려자 식별 및 대응에 관한 직무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예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상근예비역 신상 관리의 특수성 반영
상근예비역은 평일 출퇴근하며 복무하고, 주말에는 자택에서 생활하는 등 일반 병사와는 다른 복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가족 등 민간과의 연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상근예비역 관리 시에는 가족이나 지인 등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가족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조기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가족이 병사의 심리 상태와 행동 변화를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가족의 관심과 지지가 자살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상근예비역 복무지 변경 절차 마련
현행 제도상 상근예비역은 가족과 함께 거주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복무지 변경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은 거주지 이전 시 복무지 재지정이 가능하다. 상근예비역도 신상변동 발생 시, 본인의 신청에 따라 복무지 변경이 가능하도록 심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병사가 퇴근 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심리적 안정과 혹시 있을 수 있는자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적 시각에서 본 군 복무 환경의 개선 방향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군인의 권리
「대한민국 헌법」제10조는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역시 군인의 기본권 보장과 복무여건 개선, 삶의 질 향상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군 복무 중인 병사, 특히 상근예비역과 같이 복무 환경이 복합적인 병사에 대해서도 이 같은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 시스템 구축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부대 내외에서 병사의 심리적 변화와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가족·지인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신속하게 개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휘관과 간부, 상담관 등 병사 관리 책임자 모두가 인권 감수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직무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군 복무 중 병사의 자살은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아픔이자 과제이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듯, 상근예비역 등 다양한 복무 형태에 맞는 맞춤형 관리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국가와 군은 병사의 기본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하며,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 시스템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병사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 이대일(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