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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되지 않는 그곳에, 부산인권사무소

깊이 보기 [2025.07~08] #3 우리집 가장 가까이, 너무 작아서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그곳에, 부산인권사무소

 

부산인권사무소(이하 사무소)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설치한 최초의 지역사무소로 2005년 10월 11일 문을 열었다.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을 마주한 곳(국민연금빌딩부산회관)에 위치하고 있는데 개소 준비 당시 장애인 당사자들과 직원들이 편의시설과 교통접근성을 고려하여 선정했다.

 

2005.10.11. 부산인권사무소 개소 / 2010.4.21. 부산인권전시관 개관(인권체험관)_지하철 물만골역사
2005.10.11. 부산인권사무소 개소 / 2010.4.21. 부산인권전시관 개관(인권체험관)_지하철 물만골역사

 

2001년 말 업무를 시작한 인권위는 지역 순회상담과 각종 간담회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는데 지역에 가기만 하면 인권활동가는 물론 시민들까지 나서서 인권 문제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 접근성이 중요하고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며 사무소 설치를 요구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설립 초기로 조직의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밀려드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힘입어 오히려 중앙에 집중된 인권 보호 기능을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이 실질적인 인권 증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 지역인 부산·광주에서 첫걸음을 떼기로 하고 직제령 개정부터 1년 여를 준비했다.

 

부산인권사무소는 부산울산경남지역(이하 부울경)을 관할지로 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 대비 12.3%의 면적이자 인구의 15%(2024년말 기준 758.8만명)가 거주하는 곳으로 인권위 사무소 중 가장 큰 관할지를 담당하고 있다. 지형적으로도 동해와 남해, 산악과 섬, 해양·도시와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현안과 다수의 진정사건을 만나는 곳이다. 정원 6명으로 시작한 사무소는 조사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행정실무사 2명을 포함 총 11명이 되었고, 조사팀과 협력팀을 구성하여 일하고 있다. 관할지는 물론 업무량 대비 인력과 예산 규모가 적기 때문에 효율적인 업무 배치나 내외부 협력을 기반한 사업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부산인권사무소 20년의 발자취

 

2005년 개소 당시 인권사무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령」에 따라, 관할 구역 내에서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인권 상담 및 진정서의 접수, 구금·보호시설 등에 대한 상담 및 진정서의 접수, 긴급한 인권침해·차별행위에 대한 현장기초 조사 및 구제 인권위원회 조사 지원, 인권교육·홍보 및 유관기관·단체와의 교류협력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다. 다음 해인 2006년 6월부터는 관할지 내 교정시설 조사권 이양을 시작으로 조사대상업무와 업무 영역을 점차 확대시켜 현재는 다수인보호시설(정신의료기관), 각급학교, 장애인거주시설, 경찰, 지자체, 공직유관단체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장애인차별 사건에 대해 조사·구제 및 직권조사가 가능해졌다.

 

군인권보호관 3년, 병영 인권의 나침반이 되려면

 

수치적으로 보면, 20년간 부산인권사무소는 약 31,000건 이상의 상담과 12,700건 이상의 진정 사건을 접수하고 처리했다. 진정사건 중 약 5%에 해당하는 610건이 구제 조치(인용, 고발, 징계권고, 의견표명, 합의종결)를 받거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교육에서도 일반 시민과 공무원, 시설종사자, 교사, 아동청소년, 영유아까지 다양한 대상으로 총 2,700회 이상의 기획과정운영과 인권특강이 있었다.(기준: 2005. 10. 11. ~ 2025. 5. 31.)

 

개소 이후 꾸준히 늘어난 부울경 지역의 진정사건은 2022년부터 매년 1,000여 건이 접수 및 처리되고 있는데, 사건과 별개로 인권현안 발생에 따라 먼저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하거나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이중 ‘밀양송전탑건립 주민반대 집회(2013-2014)’ 모니터링은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본부와 인근 사무소 동료들의 업무지원을 받기도 하였고, 해양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지역 특성상에 따라 상시적으로 노동인권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2011)’, ‘울산현대자동차 희망버스(2013)’, ‘진주의료원 폐업(2013)’, ‘경남무상급식 중단철회 학부모대회(2015)’, ‘부산퀴어축제’, ‘울산시의회 고공농성(2017)’, ‘밀양 세종병원 화재(2018)’, ‘파키스탄 난민 분신(2018)’, ‘강제징용노동자상 행정대집행(2018)’, ‘부산미투집회(2018)’, ‘주한미군 주피터프로젝트(2019)’, ‘경남학생인권조례 추진(2019)’, ‘해운대구청 퀴어축제 불허(2019)’, ‘경남경마공원 조교사 사망(2020)’, ‘형제복지원 진상규명(2020)’, ‘경남몽골여중생 집단폭행(2021)’, ‘거제대우조선 철제구조물 시위(2022)’,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울산정착(2022)’, ‘경남퀴어축제(2023)’, ‘출입국단속 이주노동자 사망(2024)’, ‘울산장애인거주시설 상습폭행(2025)’, ‘부산반야트리호텔 공사장 화재참사(2025)’ 등이 있다.

 

협력부분에서도 사무소가 주관으로 인권위와 맺은 업무협약(mou)들은 다년간의 협력과 신뢰의 성과로 기관의 조직 개편 등 위기가 있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이중 부울경 3개 교육청과 맺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경상남도교육청(2015), 부산광역시교육청(2016.8.), 울산광역시교육청(2022.1.)은 2007년부터 꾸준히 쌓은 인권친화 학교문화 조성 국제워크숍, 아동청소년 분야 강사양성, 인권교육프로그램 개발사업이 차츰 영역을 확대하였다가 협약을 계기로 학교 규칙 모니터링, 인권친화적 학교공동체 만들기 공동사업 시행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2009년에는 부산교통공사와 「인권신장 및 인권테마역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지하철 물만골역사 내에 인권전시관을 개관하여 10년 이상 일상에서 만나는 인권문화를 선보일 수 있었다.

 

 

우리들만의 자랑거리

 

부울경은 다른 어떤 곳보다 인구수가 많은 곳이고 포괄적 인권영역을 다루거나 인권교육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인권제도의 확산으로 공공과 행정영역에서 인권기구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정신의료기관 등 일부 인권교육이 의무화되기도 하면서 사무소는 개소 10년 즈음이던 2016년부터 협력 방식과 의사소통 채널을 정비하였다.

 

업무를 중심으로 부울경의 인권기구들(광역지자체 인권부서, 지자체 인권위원회, 교육청, 경찰청,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대학인권센터 등)을 묶고, 다른 한 축으로든 지역을 중심에 둔 부산인권실무기구(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육청)와의 만남을 모두 정례화하였다. 이후 시민사회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 소통협의회도 추가하였는데, 구성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논의의제나 업무 부담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필요성 면에서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있었다. 그러나 담당자 변경이 잦은 공공기관의 환경과 이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이 같은 협력 토대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논의의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웠겠구나 하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이러한 협의회의 안정 속에서 사무소는 ‘부울경 교원인권연수과정’, ‘부울경 인권친화적 학교공동체 만들기’, ‘인권교육활동가 역량강화과정’, ‘부울경 근로하는 시각장애인 장애여성 실태조사’,‘부산 차별적 행정용어 개선사업’등 부울경을 아우르는 다양하고 의미있는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군인권보호관 3년, 병영 인권의 나침반이 되려면

 

인권이 무엇이고 인권감수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위원회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살구색 크레파스’나 ‘일기검사’를 떠올리곤 한다. 사무소에서는 ‘수형자의 강제면도(07진인0001594)’,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전화통화 청취(09진인0001142)’사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앞선 사건은 수형자들이 정해진 기일에 반드시 이발과 면도를 하도록 하는 구금시설의 관행에 대해 헌법과 국제형사기준 등을 종합하여 당사자 의사에 반한 강제면도 의무와 실익여부를 살피고 최종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판단한 건이 있다. 뒤이은 사건 역시 정신의료기관의 관행을 개선한 건으로 직원이 공중전화 옆에서 환자의 통화내용을 듣고자 하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기록까지 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정신보건법, 헌법을 위반하여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사건이 있었다. 아무리 수형자나 비자의 입원환자의 처지라 하더라도 인권 보장에 있어 출발선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예이다. 또 사무소는 관점을 달리하여 이미 발생한 인권침해의 조사나 구제뿐 아니라 예방적 사업도 고민하였는데,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권증진 사례 공모전을 개최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한 권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선에서 쉽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있다.

 

부산갈매기들로 통칭되는 부산사람들의 야구사랑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 사무소도 자연스럽게 관련 사업들을 기획하곤 했는데 프로야구 시즌에 맞춰 인권캠페인을 하고 인권분야에 이슈가 된 분들과 시구·시타 행사를 벌였다. 그 중에 모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온 이주배경의 아동들,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도보 행진을 해왔던 진섭·균도 부자와 나란히 앉아 야구 경기를 보던 기억은 부산 직원만의 특권과도 같았다. 또 매년 11월 초경 울산태화강변에서 울산인권운동연대와 공동으로 인권마라톤을 개최하고 있는데 전국 유일의 인권주제 마라톤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안전하고 풍광이 좋은 코스 개발로 개소 때부터 20회를 맞고 있다. 그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아 영화관의 장애인편의시설을 샅샅이 모니터링해서 개선하기도 하고, 서울에서만 가능했던 체험형 장애교육프로그램(일명: 어둠 속의 하루)에 인권 요소를 가미한 운영은 오래 회자되는 사업이었다.

 

의도치 않게 사업 성과가 전국으로 확산된 경우도 있었다. 협력팀, 교육팀 할 것 없이 함께 직원 모두가 장시간 참여한 사업이 있는데 2018년 <부산지역 중학교 학교규칙 전수조사>가 그중 하나이다. 사업을 시작할 즈음 한 고등학생이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공교육을 받는데 어디 사느냐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난다.”며 인터넷에 올린 글이 있었는데, 그는 부울경 지역에 살다 수도권으로 전학한 청소년으로 전학 전후 자신의 학교생활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리는 글이었다. 언급된 모든 부분이 아동권리협약, 헌법과 관련 법률, 세계인권선언에서 언급한 아동의 기본권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마침 사무소는 부산교육청과 학교규칙을 보다 인권친화적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고 전문가들과 기준을 만들어 부산 내 모든 중학교의 규칙을 모두 조사해 보기로 한 참이었다. 수많은 회의와 반복되는 검토 끝에 그해 가을 교육청은 174개 학교, 3,500건의 규칙에 개선 사유와 관련 기준까지 붙혀 제·개정 의견을 보낼 수 있었고 사후 모니터링까지 하면서, 이때의 기준과 방식은 학교규칙 모니터링의 하나의 표준으로 여겨졌다. 이듬해 바로 경남교육청과 울산교육청이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타지역 교육청에서도 사무소로 사업문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년이 지나면서 각 교육청에서 자체 점검단을 만들어 모니터링을 정례화하고 표준 규칙안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사무소 업무에서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젠 개별 사건을 통해 과거 점검되었던 규칙이 여전히 논쟁적인 이슈가 되어 남아 있거나 부울경 안에서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오래전 학생의 호소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큰 과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2015순회상담
2015순회상담

 

조금 우스운 얘기지만 인권위 직원들, 특히 사무소 직원들은 “공무원이세요?”라는 말을 참 오랫동안 들은 것 같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인권 옹호 업무는 주로 시민사회 전담 영역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생 조직이던 위원회 조직 자체의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직원들이 여느 직장인답지 않게 일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조사를 하려니 법을 더 알아야겠다며 방송대를 편입하고 스스로 주최한 인권행사에 참여자보다 더 신이 나서 가족들까지 데려오는 직원들도 많았는데,지속가능한 일터를 생각하면 권장하거나 자랑할 것은 못 되지만 지금도 쉬는 날이니 인권행사에 같이 가자는 동료의 연락을 받고는 한다.

 

 

부산인권사무소를 바라보는 시선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평가는 중앙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지역 밀착형(접근성, 현장성 등) 인권 보호 활동 수행에 따른 평가다. 사무소의 조사 권한은 개소 다음 해인 2006년부터 분야별로 조금씩 이양되어 늘어났는데 인권위 초기 4년 여간 본부가 전국 각 지역의 진정사건을 모두 다루었기에 지역 시민사회는 경험적으로 사무소 개소에 따른 현장 접근 속도나 조사의 용이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했다. 홍보나 협력에서도 그동안 인권위 본부에서 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사무소가 직접 챙겨 지역민들과 밀착 운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소도 제공하면서 자연히 인권 문제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생겼고 일상 생활 속 인권보장에 대한 개념에 가속도를 갖도록 한 것 같다.

 

간혹 인권시민단체들은 행정기관과 긴장 관계에 놓이는데, 사무소가 중간에서 인권행정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업무협약을 맺기도 하고 정기적인 대화의 자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서로의 의사전달과 협력방식이 유연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무소-행정기관-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인권선언을 기념하거나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와 실행력,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무소가 지역의 인권생태계를 더 풍성하고 단단해지도록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인권사무소의 그간 역할이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여러 가지 아쉬운 점과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먼저 위상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다. 지역 인권사무소는 본부의 지침과 예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활동이나 정책 제안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아 왔다. 사무소는 좀 더 독립적인 권한과 규모있는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실행할 인력도 지금보다 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점진적인 향상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사안에 심층적인 조사와 신속한 대응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 부울경에는 고유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럿 활동하고 있지만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과 사안 대응 시너지 창출은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사무소가 단순한 협력 차원을 넘어 공동의 의제 발굴이나 정책 리더로 나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인권사무소의 관할지가 타 사무소에 비해 방대하다는 인식에 따라 울산과 경남으로 갈수록 출장소(팀) 신설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례로 제주출장소가 신설되면서 시민사회가 느끼는 협력과 역할의 밀도차를 자주 얘기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역인권사무소는 접근성과 현장성, 신속성을 염두에 두고 생겼다. 그런 면에서 어떤 기관보다 문을 두드리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규모가 작지만 사무소는 인권상담과 다양한 분야의 진정사건 조사, 인권교육, 시민단체와 기관과의 협력까지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인권위를 이용하려는 개인이나 단체는 가벼운 전화나 방문을 통해서도 다양한 사건조사와 업무 경험을 갖춘 직원과 만날 수 있다. 내담자 입장에서 인권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으로써 단순히 접수 여부를 넘어 다양한 시각의 탐색과 이후 절차까지 고려해 볼 기회가 생긴다고 자신한다. 사무소 역시 나름의 협력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주신 의견이나 사례를 정책 검토나 인권기구 간 협력 자산으로 삼을 수도 있다. 사무소 자체적으로 직원 각자가 자신이 파악한 현안과 사례를 공유하고 검토하는 권리구제 정기토론회도 열고 있다.

 

 

부산인권사무소 지금까지의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20년

 

올해 20주년을 계기로 사무소의 개소부터 크고 작은 20년 사를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처음엔 자료를 들춰 봤지만 곧 과거 근무자들을 만나 몸과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처음에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하다가 일단 말을 시작하면 업무 개시 첫날부터 마음을 쓰던 사건과 상담, 한 명이라도 더 오기를 기다리던 행사들, 인권옹호자들로부터 받았던 격려와 질타까지 생생하게 떠올려 주었고 왜 지역인권사무소가 필요한지, 무엇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서울토박이로 지역살이가 처음이었던 한 동료는 “서울은 나에 대해 고민한 공간이었다면 부산은 세상을 고민하는 공간”이었다고 하고, 다른 동료는 “사무소처럼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던 간담회는 처음이라 머리뿐 아니라 몸도 움직이며 생각해야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또 한결같이 “사무소 근무를 통해 성장했기에 이왕이면 가장 큰 부산사무소로 가야지”라고 추천했다.

 

2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큰 위기였던 2009년 당시 정부가 추진한 인권사무소 폐쇄 시도 때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지역 시민사회에서 보여준 항의와 응원은 지금도 사무소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정체성이 되었음을 알리고 싶다.

 

인권문화교육활동
인권문화교육활동

 

2005년 개소 초기 사무소 업무 방향은 사무소를 더 알리고 인권의 이름으로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가는 상담, 시민대상 인권교육과 인권모임, 인권전시, ‘인권아 놀자’와 같은 인권감수성 캠페인을 직접 전개하며 인권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인권사무소가 옆에 있음을 알리고자 하였다.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이젠 시민들이 저희를 찾아와 ‘이것도 인권문제가 아닌가요?’하며 먼저 말을 걸고, 국가적으로도 인권기본계획과 인권조례 등 인권체계가 하나 둘 만들어지고, 지자체와 대학 내 인권센터, 공공기관 인권경영평가제, 사회복지기관 등에서의 종사자 인권교육 의무화 등 외형적·질적 변화가 있었다. 범지구적으로도 기후위기, 디지털기술발전에 따른 폭력, 젠더·세대·다문화를 배경으로 한 차별과 혐오 등 새로운 인권문제가 대두된 것도 사무소의 업무 방향의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부산인권사무소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본부와 공동 대응 업무를 하되 부울경의 특성(해양항만지역인 동시에 도서산간이 혼재한 지형,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인구, 인권제도 이행의 지역 간 격차 등)을 고려한 의제 설정과 대응체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분야별·기구별로 분리된 인권기구들이 고유 업무를 더 잘하도록 지원하였다면 이제는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깊이를 더 하도록 하는 “지역사회 인권허브”역할에 무게를 두려 한다. 이미 발생한 인권침해와 차별을 맡는 사건조사 역시 인권침해냐 아니냐의 판단을 넘어 예방과 개선 정책까지 함께 고민하는 유연한 파트너이자 조정자로서 시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보고 싶다. 사무소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꿈꾸고 있는 만큼 바뀐 지형을 함께 점검하고 인권사무소 향후 40년사를 만들어갈 여러분의 관심도 부탁드린다.

 

 

글 | 이지은(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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