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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2025.03~04] #3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인간의 존엄성

 

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하여 무안에 도착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외벽과 충돌하여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179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하였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호와 지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재난·참사 상황에서는 인간의 생명권이 직접적으로 박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가 특히 강조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생명권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인권으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권리이다. 어떠한 사람도 생명권을 침해할 수 없으며 국가나 사회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로 간주된다. 생명권은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 존엄성을 근거로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재난·참사 상황은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고 재난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생성되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국가의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무안 공항에서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 대표 등에게 방문 취지를 알리고 위원회 진정 접수 및 상담(1331) 절차를 안내하였다. 또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안내서’를 피해자 법률지원단에 전달하여 유가족 등 피해자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2024년 12월 30일에는 아래와 같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발표하여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애도를 표하며 -
-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하여, 안타까운 마음으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승무원 2명만이 생존한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재해를 예방하며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난·참사 상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명예권 등 다양한 권리가 침해될 위험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재난·참사 상황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주의 깊게 이행되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3월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재난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유발하며 삶의 토대를 위태롭게 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재난에 대한 모든 대응은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번 여객기 참사로 인한 피해 수습과 복구, 피해자 지원,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있어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사 대응의 전 과정에 있어 피해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보호와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편, 이번 여객기 참사에서 탑승객 명단이 동의 없이 공개되거나 유가족과 생존자에 대한 과도한 취재로 유가족이 자제를 호소하는 등 피해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보도 과정에서 언론기관이 공정하고 진실하게 재난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지 확인하고, 재난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으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난피해자를 존엄한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고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후속조치를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인 생명의 권리 및 안전할 권리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글 | 이신행(인권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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