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3~04] #1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과 만화로 보는 장애차별 결정례” 발간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차별 시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발달장애인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쉬운 글과 만화로 보는 장애차별 결정례>(이하 ‘결정례집’)를 발간하였다.
제작 배경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결정례집을 발간할 때마다 ‘비장애인이 이해하기에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애인 차별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차별 예방이다.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 자료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례를 보다 쉽게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쉬운 결정례집 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먼저 내용과 형식 구성을 위해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피플퍼스트 서울센터)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센터 담당자는 기존 자료들이 글의 맥락을 유지하지 않고 단어만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로 발달장애인이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현 자료집의 한계점과 개선점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발달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글보다는 만화 형식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들이 직접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여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무거운 주제를 만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기존 쉬운 글 자료에 만화를 접목하면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추진하였다.
당사자의 적극적 감수 참여
이번 결정례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7명이 감수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기존 자료집은 1~2명의 발달장애인이 용어를 검토하고 쉬운 단어로 바꾸는 방식으로 감수했지만, 이번에는 감수자들이 회의를 통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나누고 논의하며 개선했다. 특히, 사건의 흐름과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 형식으로 변환하는 데 집중했다. 감수자들은 자신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으며, 여러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기존 자료보다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발달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완성되었다.
결정례집의 주요 내용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인 사건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개선이 시급한 사례를 선정했다. 이번 결정례집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사건들이 수록되었다.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장애인 차별 사건
발달장애인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를 다루었다. 이 사건에서는 발달장애인 피해자가 신뢰관계인 없이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아닌 일반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면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절차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을 통해 장애인의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권리 보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직원에 대한 괴롭힘: 사건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와 괴롭힘을 겪은 발달장애인의 사례이다. 피해자들은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상급자와 동료들로부터 반복적인 모욕과 차별을 겪었다. 특히,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과도한 요구와 모욕적인 언행이 지속되었으며,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 방식이 시행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 보호 및 차별 예방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인감증명서 발급 거부 사건
행정절차에서 발달장애인이 겪는 차별적 관행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피해자는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려 했으나, 담당 공무원이 장애를 이유로 발급을 거부했다. 이는 인감증명법상 발급 목적을 설명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의 의사 표현 능력을 문제 삼아 차별적인 조치를 한 사례였다. 이를 통해 공공행정 절차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각 사건은 쉬운 글과 만화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차별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과 관련 법률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또한, 차별을 경험한 경우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작 과정의 어려움
결정례집을 만화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복잡한 사건을 단순화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건의 흐름과 맥락이 왜곡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이를 위해 실제 사건을 조사한 담당 조사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본질적인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특히, 만화 형식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표현 방식과 시각적 요소를 고민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이야기 구성을 위해 감수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순한 사례 설명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차별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례집 발간을 계기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보다 쉽게 법적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는 결정례집의 사례를 더욱 다양화하여, 발달장애인이 겪는 다양한 차별 사례를 다룰 계획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글 | 양보경(사회인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