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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2025.01~02] #2 정년 연장: 존엄한 노년의 삶을 위한 길

 

정년 연장: 존엄한 노년의 삶을 위한 길

 

초고령사회의 도래와 정년 연장 필요성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를 넘고, 2050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51만 명으로, ‘노인천만시대’가 도래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의 빈곤, 소득 불평등, 세대 간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 간 5년의 소득 공백은 고령자의 생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많은 노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기본권을 상실할 위험에 직면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사회 노년기 삶의 어려움과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12월 5일 상임위원회에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빈곤을 완화하고, 고령자의 생존권 및 인간다운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의 정년 연장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연령 차별 해소와 정년 폐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정년 연장: 존엄한 노년의 삶을 위한 길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정년 연장은 초고령사회에서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고, 고령층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대책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는 지역 경제와 공동체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령화와 평균수명의 증가는 노인부양비를 급증시키며 세대 간 복지 부담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세대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 법정 정년 연장과 의무 퇴직 연령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정년제와 관련한 논의는 상반된 두 입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정년제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은 기업의 고용 능력 한계와 청년 고용 창출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년제 반대 입장은 근로자의 능력과 의욕을 간과한 연령차별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주요 국가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연령차별을 금지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유연하게 설정하고, 근로자의 퇴직 시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 영국은 법적 정년을 강제하지 않고 근로자 선택을 존중하는 체계를 운영하며, 독일은 연금수급연령 이후로 정년을 설정하여 고령자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한다. 일본은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한 후, 70세까지 재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정년제와 연금 제도가 상호 연계되어 고령화와 노동시장 요구에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되었으며, 정년까지 고령 근로자를 고용하되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차별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된 재원이 청년 고용 창출이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적절히 사용되지 않을 경우,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임금피크제로 인한 감액 재원이 고령 근로자 지원과 청년 고용 창출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도록 투명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고령 근로자의 직무 재배치를 통한 생산성 향상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적합한 재교육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임금피크제가 고령 근로자의 노동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 조치는 정년 연장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고령 근로자와 청년층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년 연장: 존엄한 노년의 삶을 위한 길

 

초고령사회의 존엄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변화

 

정년 연장은 초고령사회가 초래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 변화이다. 이는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을 완화하고, 세대 간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와 제34조는 모든 국민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노인의 복지 향상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유엔 「사회권규약」도 노동을 통한 생계 보장을 강조하며, 이러한 권리는 노인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년 상향 권고는 정년 연장이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존엄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사회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균형 잡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 | 이동우(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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