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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2025.01~02] #1 제복 입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

 

12.3.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며칠 뒤 동료 직원의 연락을 받았다. 필자는 그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군인과 경찰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진행한 인연이 있다. 그 시절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인데 어떻게 시민들을 상대로 총을 겨눌 수 있느냐?”는 말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오늘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제복 입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

 

12.3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지켜보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여러 권고가 떠올랐다. 그 권고에 기반해 전국의 공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인권교육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비상계엄 같은 국면에서는 인권교육이 국민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군 인권교육이 공론화된 건 2006년 참여정부 시절이다. 국방부는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을 준비했고, 인권위는 ‘군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 인권 침해 및 차별행위 시 권리구제 절차와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인권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후 국방부는 인권위 권고를 근거로 ‘군 인권교육 훈령’을 만들어 모든 군인들의 인권교육을 의무화했다.

 

군 인권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소개한다. 2018년 기무학교(국군기무사령부) 신규 수사관 인권교육이었다. 필자는 그날 군인들이 거북해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기무사 전신인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의 12.12. 군사쿠데타 영상을 틀고,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문건’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적지 않은 군인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에서 군대가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그날 지휘권과 명령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지휘권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그 요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관의 명령은 적법한 내용으로서 그 내용이 특정되어야 한다.” “상관은 위법한 명령을 할 권한이 없으며, 하관은 명백한 위법이나 불법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소개했다.

 

2024년 12월 3일 밤과 4일 새벽,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상황을 TV로 지켜보았다. 밤잠을 설치게 만든 수많은 장면 중에서 잊지 못할 모습이 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철수하는 군인이 시민들 앞에서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화면이었다.

 

한두 번의 인권교육으로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군대처럼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긴 세월 계속 두드려야 할 이유일 것이다.

 

제복 입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

 

 

글 | 이기성(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총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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