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브릿지 [2024.11~12] 다문화는 선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로 본격화된 국제결혼은 그 수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친절하게도 우리 한국의 식구가 된 결혼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시군구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세우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한국어를 가르치고 가족상담을 비롯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바쁘게 운영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한계도 보이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현재 다문화 전문 기관으로 잘 알려지고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들과 다문화수업시간에 체험 수업하는 모습. 얼마나 재밌고 풍성한 수업을 하고 있는가?
2007년쯤 초기 다문화센터 위탁을 위한 센터장의 자격을 설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없던 기관이 생기는 시기였으므로 다문화센터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도 그때 형성된 것입니다. 2008년 구에서 낸 위탁공고에 센터장의 자격 요건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복지사 또는 교사 자격증 소지자’였습니다. 문화인류학박사를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격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사회복지사가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국가 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하려니 사회복지시설로 규정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사회복지학과에 다문화 관련 과목은 없었습니다. 배운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센터를 운영해야 하면서 여러 가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이주여성을 도움을 받아야하는 약자로 규정하고 다문화가족을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 지원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처음 도착한 낯선 한국 땅에서 도움을 받을 일은 많습니다. 새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 많은 타국에서 한국어를 배워야 하고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하고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경제적 여건이 다 똑같지 않은 것처럼 다문화가족도 그렇습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쌀을 나눠주고 김치를 나눠주는 행사를 기업들과 함께 여러 번 진행하면서 센터 예산으로 좋은 곳에 놀러 가고 뭔가를 받게 되면서 이주여성들은 한국은 무료로 뭔가를 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센터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무료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주여성들은 한국어를 잘하게 되고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어떤 가정은 남편의 실직 등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꼭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주여성에게 취업의 문은 너무 높았습니다. 배움이 적거나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이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한 여성들뿐만 아니라 실력과 경력을 갖춘 해외 유학파들도 직장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주여성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이력서에 결혼이주여성이라고 적혀 있으면 면접을 볼 기회도 없다고 합니다. 어떤 여성은 무려 50여 곳에, 어떤 여성은 그 이상의 회사에 지원했으나 한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어떤 여성은 이력서에 이주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학력과 경력만 적었더니 바로 면접에 부르더랍니다.
나는 이주여성이 아니라 그냥 사람. 인권네트워크에서 퍼포먼스 했던 사진
그런데 면접관의 질문에 한국어로 답하는데 억양을 듣더니 면접관은 이주여성이냐고 물었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한 결과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왜 우리 실력을 묻지 않고 국적을 묻느냐 아니, 국적도 이제는 대한민국인데 억양 때문에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떨어진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문화센터에서 받는 것에 익숙해진 이주여성으로 살기보다는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원하였습니다. 우리가 번 돈으로 진짜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후원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메이커스가 “학교에 수업을 하러 갑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사람들은 여전히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합니다.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가 보죠?”라고 묻습니다. 이 질문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가요? 다문화 관련 일을 하는 것은 약자들을 돕는 것이고 다문화인은 계속 도움을 받는 존재, 배우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문화인이 한국인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불편하신가요? 실제로 메이커스가 “자신의 국가와 연계한 새로운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을 때 어떤 교수님은 “그런 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다문화인들은 너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배우는 동안 한국인 배우자는 아내 언어의 기초 회화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문화 아이들이 계속 이중언어를 배우고 두 가지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환경적인 놀라운 자원을 활용하여 멋진 글로벌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이 우리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일상의 눈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주민들이 배울 것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메이커스는 모두를 위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세계시민교육을 하고 인권교육과 SDGs, 진로교육을 합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주눅들어 수그러들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의 강점에 초점을 두고 우리는 끊임없이 꿈꾸며 도전합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쌓인 경험과 수업 콘텐츠가 많은 학교에서 박수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주여성들의 경험이 녹아든 살아있는 메시지가 마음을 열고 듣는 사람들에게 값진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속의 다문화인들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창의성을 주며 우리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무한경쟁으로 가는 세상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소중한 사회적 선물입니다. 다문화는 선물입니다.
글 | 이미라(사회적기업 메이커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