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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알리다 [2024.09~10] #1 국가인권위원회,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인권영화제를 열다

 

국가인권위원회,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인권영화제를 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국으로 찾아가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인권영화제를 준비했다. 첫 상영회를 부산인권사무소에서 관할하는 부산, 울산, 경남(흔히 ‘부울경’이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갖기로 했다는 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 잘 되면 참 좋겠구나 싶으면서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정확히 뭐지?’ 개인적으로 아직 배리어프리 영화를 본 적이 없을 뿐더러 관심도 거의 갖지 못했다. 명색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람으로서 심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필자 역시 살면서 영화 관람하는 데에 어떠한 장애물을 딱히 인식해 본 적 없는 세상의 뭇 비장애인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상영작은 장편영화 <날아라 펭귄>(2009년, 국가인권위원회 제작)과 단편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2023년)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선정하였고, 상영 장소는 경상남도 창원시의 한 영화관으로 골랐다. 부산, 울산 시민들은 서운하게 들을 수 있겠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 콘텐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대도시보다 여러 현실적 제약이 큰 경남의 비도시 지역을 우선 고려했다. 하지만 마냥 쉽고 경쾌하지만은 않을 수 있는, 최신작도 아닌 인권영화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찾아올 것인가, 솔직히 자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대관한 120석 규모의 상영관이 너무 큰가 싶기도 하고, 그저 몇 무리의 사람들이 너무 휑하지만 않게 옹기종기 앉아서 즐겁게 영화를 감상하는 자리만 되어도 괜찮겠단 마음이 들 정도로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영화 관람 사전신청이 시작되었는데, 괜한 걱정이 많았던 내가 무척이나 머쓱해지도록 예약이 금세 차버렸다. 장애인 학교와 시설 등의 단체관람 신청을 비롯하여 여러 기관, 단체들에서 그리고 적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참가하셨다. 사람들이 이런 영화 상영회를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다고 왜 미리부터 넘겨짚으려 했던 것일까. 시도도 안 해보고 지레 내리는 그런 속단이 누군가의 소중한 기회를 막아버릴 수도 있을 노릇이다.

 

상영회 당일 일찍부터 적지 않은 단체관람 인원들이 영화관에 도착하여 상영시각을 기다리고 있었고, 영화를 보러 오셨다는 사람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주위를 지나가다 이게 무슨 행사냐며 호기심을 보이는 분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곧 상영이 시작될 때쯤 정말로 가득 찬 상영관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와, 진짜구나’라는 안도감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자리가 많이 남으면 편한 자리 골라 앉아 영화를 감상하려 했던 우리는 상영관 맨 뒤 출입문 옆 벽에 바짝 붙어 서 있어야 했지만 그런들 무슨 상관일까. 관객들은 집중해서 영화를 관람하는 분위기였고, 더러는 영화 내용에 깊이 몰입이 되었는지 ‘에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혼잣말을 하는 소리도 들려서 살포시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그 또한 상영회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추임새처럼 느껴졌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그 상황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주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지만 금방 익숙해졌고, 덕분에 관객들 모두가 불편함이 없이 보다 동등하게 영화 관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줄어들기를

 

<날아라 펭귄> 상영이 끝난 후 사회자인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의 김민아 선생님 그리고 창원장애인인권센터 황현녀 센터장님이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 여러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다는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아무래도 15년 전 만들어진 영화인지라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 그간 세월의 변화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현실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하여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뒷맛 씁쓸해지는 평, 더 많은 영화들 특히 새로이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기획, 제작 단계에서부터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고 영화 자체는 배리어프리라지만 그 영화를 보러 오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이미 수많은 배리어(장애물)들을 겪어야만 한다는 어느 분의 지적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이곳 상영관도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휠체어 관람석 및 장애인용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수준으로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긴 시간이 훌쩍 지나갔음에도 관객들은 그리 줄지 않은 가운데 다시 단편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 상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상영이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는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해주셨다. 사실 이런 '뜻밖의 흥행 대박'으로 얼떨떨함이 채 가시지 않았던 우리가 되려 그분들에게 더 큰 감사를 전해드려야 마땅하다 싶었지만 경남에서 모처럼 이런 행사가 열리게 되어 정말 좋았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격차에 못지 않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도 큰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비수도권에 사는 장애인의 현실은 그만큼 더 어렵다. 창원에 이어 9월부터 11월까지 제주, 원주, 세종, 광주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 곳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영화 관람의 기회를 갖고 동등하게 즐길 수 있기를.

 

 

진행 | 김찬식(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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