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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2023.11~12] #4 제21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절대적 종신형 도입은 사형제 폐지와 함께 논의 바람직

 

제21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은 제21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10월 10일)’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집행 이후 26년여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최초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안에 찬성한 이래 작년 12월에도 같은 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하고, 현재 59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

 

정부는 최근 중대범죄자의 죄질에 따라 단계적 처분이 가능하도록 무기형의 유형에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절대적 종신형을 추가하는 형법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했고, 국민의 의견수렴을 마친 상태이다. 국회에도 유사한 내용의 형법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되어 조만간 정부입법안과 함께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 종신형을 형종(刑種)의 하나로 도입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사형제도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제21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논의는, 사형제도 폐지와 사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해왔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절대적 종신형 제도는 사형제도 폐지 시의 대체 수단으로서 제시되었던 것이고, 사형제도의 존치에 찬성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대체 형벌의 도입 시 사형제도의 폐지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으며,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들 중 상당수가 그 대체 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최근 발생한 흉악범죄와 범죄의 흉포화 현상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고, 그래서 사형제도를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또한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주장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유지 또는 사형의 집행이 과연 극악무도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인위적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는 점과 사형제도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성찰하였으면 한다.

 

사형제 폐지는 전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현재 전세계 112개국이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하였다. 올해 1월에 실시된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의 대한민국에 대한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심의에서 많은 나라들이 사형제 폐지 등 총 263개의 인권과제를 우리나라에 권고하였다. 우리 정부는 각 국이 권고한 많은 과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아쉽게도 사형제 폐지 등 일부 권고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2023년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정부가 절대적 종신형 도입 논의시 사형제 폐지를 함께 검토하고, 사형 폐지를 골자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적극적으로 숙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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