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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023.05~06] 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일하는 사람, 지역 주민의 삶을 바라보세요

 

30살 김영훈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말만 하지 말고 전환 대책을 이행해야”

 

30살 김영훈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만 30살을 몇 개월 앞둔 김영훈씨는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충청남도 태안과 서산 사이 한 마을 출신인 그는 중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해서 인문계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다치신 뒤 수술을 받으시면서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먹고 살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가족들의 말에 가장 학비가 싼 인근 2년제 대학에 진학해 전기 분야를 배웠다. 집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태안화력발전소가 지역의 가장 큰 회사였다. 그곳에 취업할 꿈을 꾸었다. 공부를 해서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바로 발전소에 취업했다. 그가 군대를 전역한 직후인 2016년이었다.

 

그렇게 7년을 석탄발전을 하는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의 터빈 전기 설비인 전동기나 차단기, 발전기를 분해하고 정비하면서 유지보수하는 일을 해왔다. 사람들이 전력 소모가 적은 봄과 가을에는 발전소의 모든 설비를 고치기 때문에 오히려 야간 근무가 많다. 유지보수, 공사 기간을 줄여야 발전소 가동률이 올라가고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연장될수록 회사가 물어야하는 벌금이 많아져서 매우 고되게 일을 할 때도 있다.

 

김씨를 만난 날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후정의파업이 진행된 날이었다. 아침에 태안을 출발한 동료 8명과 한낮 태양볕 아래서 방진복과 안전모를 쓰고 폐쇄를 앞둔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 대책을 서두르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올해 4월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김영훈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태안화력발전소 근무).
올해 4월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김영훈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태안화력발전소 근무).

 

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일하는 사람, 지역 주민의 삶을 바라보세요

 

오늘 시위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죠? 기후 시위는 몇 번째로 참여하신 건가요?

 

지난해 9월24일 서울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어요. 그날은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오늘도 생각보다 많이 오셨고요.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정말 관심이 많구나를 깨달았어요. 아이들도 웃으면서 참여하고. (웃음)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소통하기 위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후 문제에는 언제부터 공감하셨던 건가요?

 

미세먼지 뉴스 나올 때마다 속으로 뜨끔 했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후위기 주범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릴 때도 있고요. 정말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환경에 안 좋은 것 같으니 빨리 없어지고 새로운 기술을 따라 발전소 사람들도 이왕이면 건강한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입사하고 1년 만에 그런 사실을 깨달았어요.

 

한국전력의 발전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서 일하지만 김씨는 한국서부발전 소속이 아니다. 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인 김씨의 회사는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이다.

 

지난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은 석탄발전 감축 기조를 유지한다. 2036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26기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이 담겨있다. 김씨가 일하고 있는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2017년에 준공된 새 발전소에 가깝다. 그럼에도 김씨는 발전소 폐쇄 일정이 점차 앞당겨질 것이라는 불안감,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어 감정이 복잡하다. 이번 달 국제 에너지 정책 분석 비영리단체인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는 지난 4월 석탄발전소 연례 조사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금 추세로 2030년 이후까지 석탄발전에 계속 의존할 경우 배출량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실패라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소를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으로 바꾸는 것이 기후운동의 첫 번째 목표이다.

 

 

김영훈 지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씨 제공
김영훈 지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씨 제공

 

기후정의파업에서 석탄발전소 폐쇄 목소리를 들으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실 거 같은데요.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석탄화력발전소는 누구 한명 남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석탄발전소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중론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국가정책에 의해서 희생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발전소가 없어진다고 노동자들도 같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환 정책을 통해서 일자리 보장받으면서 새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이건 비단 석탄화력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전환과정 등 우리나라 산업전환 전반에 걸친 문제입니다. 그래서 기후활동가들과 같이 시위에도 나오는 거예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훈 지회장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영훈 지회장

 

현재 임금과 근무 환경이 어떤가요.

 

처음에 여기서 일할 때 하청업체에서 2년 정도만 일하면 정규직으로 갈 수 있다고, 그건 법으로도 정해져 있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 제가 소속된 회사가 바뀌더라고요. 그 다음 1년마다 또 회사가 바뀌고요. 회사가 1년마다 바뀌니 임금조건은 나아지지 않고 밥값, 교통비, 타지에서 오신 분들은 숙소비까지 내야 했죠. 이런 경비를 다 제하고 나면 정말 편의점 알바랑 다를 바 없었어요. 5년 차에도 230만원에 세금, 경비 빼고 나니까 180만 원 정도 남더라고요. 원청(한전KPS)이 하청업체 입찰을 해서 회사를 바꾸는 이유는 인건비를 아끼려는 거예요. 쪼개기 계약이라고 하는데, 하청업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인건비가 2배로 많이 드니까 이걸 막으려고 2년을 못 채우게 회사를 1년마다 바꿔버리는 거죠. 석탄화력발전소에 일하는 사람들은 귀와 폐가 좋지 않습니다. 현장은 100dB에 가까운 소음이 들려서 귀마개를 하지 않고서는 다닐 수가 없습니다. 또 현장은 각종 화학용품과 함께 석탄가루, 석탄재, 분진이 날려 오래 일할수록 폐가 안 좋아지죠. 40~50도 되는 열기에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마스크에 방진복을 입고 중노동을 하는 게 발전소 노동자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또 월급이 30만원이 깎였습니다. 정말 그런가 조사해보니 회사는 월급의 일부인 노무비를 빼돌려서 이윤을 챙기고 있었죠.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2021년 10월부터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하기 시작했죠. 동시에 한전KPS에 불법파견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면 저희와 같은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부터 해고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만들었던 거죠. 실제로 조합이 생기고 나서 노동조건이 많이 개선되고 정의로운 전환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일하는 사람, 지역 주민의 삶을 바라보세요

 

노조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말한 지도 3~4년이 지났어요. 노동계 안에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연대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느끼나요?

 

처음에는 노동계에서 발전소 폐쇄 목소리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였어요. 뉴스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해야한다고 하면, ‘맞긴 맞는데…’ 생각하면서도 폐쇄만을 이야기하니까 노동자들은 불안한 거죠. ‘우리는 어떻게 되지? 우리는 그냥 예전 역사서에 나오는 대공황처럼 실업자들이 되는 건가. 거리에 나앉게 되는 건가’ 이런 고민을 한 거죠. 폐쇄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발전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거 같아요.

 

 

동료들 중에 이미 발전소를 떠나는 분들이 있나요?

 

전기팀, 기계팀에서 한 명씩 떠났어요. 저보다 한 살 많은 형은 저와 같이 7년을 다녔는데, 태안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고 하고, 파견법에 의하면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이된다고 했는데 왜 자꾸 회사를 바꾸면서 쪼개기 계약을 하는 건지 화가 난 거죠. 문서상으로는 1년짜리 계약직만 계속 있던 거예요. 실제로 발전소 안에서 7년 근무한 건데요. 그래서 차라리 전기기사로서 스펙을 살리기 위해서는 여기를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떠난 겁니다. 남아 있는 사람이 떠나간 사람 몫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노동조건이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죠.

 

 

보통 어느 발전소로 가시나요?

 

수명이 남은 석탄화력발전소로 가기도 하고, 민자LNG(액화천연가스) 발전사로 넘어가기도 하고, 태양광발전소나 원자력으로 가기도 해요.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전직하기는 어렵나요?

 

태양광은 가기 쉬운 편인데, 풍력은 따야 할 자격증이 더 필요해요. 태양광은 지금도 발전소 건물 지붕이나 땅에 있는 태양광, 바다 위에 있는 수상태양광 가릴 거 없이 전부 저희가 정비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풍력발전 분야 일을 하려면 수십미터 높이에서 해야하는 로프 기술을 배워야 하고 고난이도 로프작업을 해야하고 프로펠러 기술이 있어야 하죠. 발전소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기술 배운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이 스마트그리드, 스마트팜, 태양광, 해상풍력발전 등 석탄화력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데, 저희 주장은 실제로 교육연계를 해서 발전소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일한 기술, 전기와 석탄 운송과 관련한 전문성을 사장시키지 말라는 거예요. 고급기술자들이기 때문에 다른 직군의 사람들보다는 짧은 교육만으로도 전환이 돼요. 사람을 쓰레기 버리듯 하지 말고 전환 교육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기술자로 거듭나는 길을 열어달라는 거죠.

 

김씨는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 자신의 나이가 30살도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태안과 석탄발전소에 애정이 가득하다. 고향도, 직장도, 인간관계도 태안에서 시작했고 완성됐다. “태안의 다른 직장(재생에너지발전소)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일하는 사람, 지역 주민의 삶을 바라보세요

 

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일하는 사람, 지역 주민의 삶을 바라보세요

 

그래도 정부와 지역사회가 노력한다고 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셨군요.

 

태안군에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조례가 있어요. 말이 조례이지, 느껴지는 전환은 아무 것도 없어요.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이 이슈화되고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따라는 가는데 그걸 따르다 보니 너무 폐쇄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아쉽기도 해요. 지역주민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희생당하지 않게 보호해주는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거의 전무한 거죠. 앞으로 뭘 하겠다는 게 발전소와 지역정책과 전혀 연관없는 취업교육이나, 무늬만 있는 취업소개입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과 고용보장인데 구체적인 게 없고, 해고되면 각자 알아서 살라니 답답한 거죠.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가요.

 

곧 폐쇄할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봐달라는 거예요. 태안에서 지역주민, 소상공인, 농어민 다 같이 모여서 발전소 폐쇄와 관련해 이야기해 보자고 모인 자리여서 지역의원들도 왔어요. 우리가 같이 한 이야기는, 태안군은 수십 년 동안 수도권에 전력을 바친 곳이란 겁니다. 화력발전소 때문에 석탄재나 석탄화력에서 나오는 안 좋은 물질들을 맡아가며 폐암 확률도 높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태안 주민들, 또 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는 발전소 노동자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태안군에 수십 년째 누적되어 온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사람을 숫자로 보지 말고 그 자체로 봐달라는 거예요. 정부가 우리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랍니다.

 

 

김영훈 지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씨 제공.
김영훈 지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씨 제공.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태안에는 6개 노동조합이 함께 만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 노동자 모임’이 있어요. 최근에도 ‘정의로운 전환 캠페인’을 열어 발전소와 관련한 현안을 알리는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지역 주민들도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그 동안 우리의 활동들이 부족해서 언론 매체에서 이를 잘 다루지 못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 스스로 이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싶어 영상 공부도 하고 있어요.

 

김씨는 기흉이 있던 친구의 건강을 고려해 함께 산을 타고, 또래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도 하면서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다. 김씨는 2년 전 노동조합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대한 관점을 키우고 생각을 채워가고 있다. 거리에서, 또 서적을 통해 기후문제를 배우고 있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전기 관련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희망은 그가 믿고 따르는 동료들, 주민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며 살아가는것이다.

 

김씨의 내일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 10월 세웠던 205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2022년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1년 동안 재검토를 거쳐 최근 새로 확정됐다. 기후대응도 1년 넘게 허비했다. 이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도, 김씨의 내일도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묶인 채 미래는 유예되고 있다.

 


글. 최우리(한겨레 기자)
사진. 전재천(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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