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6 > 깊이 보기 > #3 코레일의 인권친화경영 사례 엿보기

깊이 보기 [2023.05~06] #3 코레일의 인권친화경영 사례 엿보기

 

2020년 세계경제포럼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ESG 경영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주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고객과 노조, 협력사,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우선 시 하는 경영전략이 기업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담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공기업은 인권경영 도입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레일의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코레일의 인권친화경영 사례 엿보기

 

코레일의 기업환경과 인권 경영 도입의 어려움

 

코레일은 3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과 분산된 전국 사업장을 갖고 있는 관료제 기반 조직이다. 기술, 영업, 운전 등 6개 직렬의 철도 종사자들이 교대근무, 교번근무 등 복잡한 근무체계에 따라 하루 24시간 주야로 쉼 없이 작업한다. 최근에는 세대와 성별에 따른 구성원들의 가치관 차이도 갈등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처음 인권경영이 도입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인권경영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탓에 인권경영을 ‘준법경영’이나 ‘윤리경영’ 관련 정책과 혼용하거나, 하위 영역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개념이 모호하다보니 인권 위험요인 식별과 개선에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체계적인 인권 보호 활동을 펼치거나 소통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다. 인권 리스크를 예방하거나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여파가 오기도 했고, 인권 실사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보니 주관부서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계약’ 관련 협력업체에 대한 인권침해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협력사 관계자에 대한 갑질이나 불공정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는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8.12 내외부 전문가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인권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2018.12 내외부 전문가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인권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인권 경영 추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러나 2019년 코레일이 자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권의식 수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0% 이상이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계열사·협력업체 및 접점 고객과 국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는 만큼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점점 더 많은 임직원이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현장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층 강화되었고, 철도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빈번하게 일어난 열차 운행 장애 등으로 인해 기관장이 해임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인권경영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갔다.

 

코레일은 2018년 11월 처음으로 ‘인권경영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12월 최초의 ‘인권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내외부 인권전문가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인권경영위원회는 인권경영체계 구축, 인권영향평가 실시, 인권경영 실행 및 구제절차 구축 등 인권 경영 실행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2019년 1월에는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인권헌장 제정과 선언식을 개최하였으며, 인권경영지침도 제정했다. 2020년 9월에는 인권경영 전담부서를 설치해 전사적 추진 동력과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고, 2021년 12월부터는 국민과 이해관계자와 인권경영 정책을 함께 발굴하는 ‘국민께 듣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코레일은 본사와 전국의 지역본부 23곳에 고충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본사와 전국의 지역본부 23곳에 고충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 성과로 국토교통부 산하 최초로 준법경영시스템 국제인증(ISO37301)을 받았고, 2022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보고 및 평가 지침’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중대성 평가를 기반으로 주요사업을 식별’하고 ‘이해관계자 FGI 방식’을 활용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 기반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특히 코레일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직원의 고충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본사와 전국의 지역본부 등 23곳에 고충상담실을 설치하고 110명 규모의 전문고충상담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권존중문화의 확산과 변화

 

많은 임직원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근무하는 만큼 안전사고와 인권침해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한 기업활동을 추진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인권경영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코레일 뿐 아니라 많은 공공기관들이 인권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라기는 인권 침해 사건 발생 자체보다는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합리적 대응과 제도 개선,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구제시스템 활성화 여부에 따른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글. 박희숙(한국철도공사 윤리경영처)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