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사진
[2023.05~06]
철근이 뾰족하게 솟은 건물과
말랑말랑한 빵이 노동자의 죽음을
매개로 연결돼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2022년 SPC그룹 제빵공장에서 홀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기업은 사고 책임을 부인하고 싶었으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으로 저격했다. 참사 자체보다도 사고 이후의 부적절한 대응이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SPC는 고인의 빈소에 계열사 빵 상자를 가져다 놓더니만, 경영진 사과 8일 만에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엔 2018년 1월부터 21개월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1,200명의 노동자 이름이 실렸다. 김훈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떨어지고 끼이고 깔리고 뒤집혀 죽은 사람들이다. 그 속엔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희생된 고 김용균 씨도 들어 있다. 김용균 사건 이후 오랜 진통 끝에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 속에서 첫 번째 실형 선고가 나온 것은 2023년 4월이다. 철근이 뾰족하게 솟은 건물과 말랑말랑한 빵이 노동자의 죽음을 매개로 연결돼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