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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3.01] 기후위기의 최전선, 지역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

글. 박정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박진미(녹색전환연구소 객원연구원)

 

인간 활동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10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했다. 이 보고서는 2015년에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했을 때의 영향과 온실가스 배출 경로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2018년에 제출하도록 요청된 결과로 발표되었다. 보고서는 1.5℃와 2℃ 상승의 차이와 그 영향을 비교·분석했고, 앞으로의 배출 경로를 예상했으며 미래 기후변화의 전망과 영향, 그리고 온실가스저감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가 상승했고, 2030~2052년 사이에 1.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이 필요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 순제로, Net-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1.5℃ 상승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인간 거주지역 대부분에서 극한 고온이 발생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 및 가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보다 육지에서 기온상승이 더 크게 나타나며 빈곤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2℃ 상승은 1.5℃ 상승에 비해, 해수면이 10cm 더 상승하고 건강, 생계, 식량과 물 공급, 안보 및 경제 성장에 관한 위험이 증가하고, 빈곤에 취약한 인구가 수억 명이 더 늘어나며, 세계 경제 성장 리스크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5℃ 상승 억제는 2℃ 상승 억제에 비해, 감축비용이 3~4배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2050년까지 에너지 부문은 연간 약 8,300억 달러(약 1,023조 원)가 필요하고,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는 5배가 증가해야 하며, 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2016~2035년까지 연간 총투자가 약 2.4조 달러(약 2,9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와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1.5℃ 특별보고서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기후비상선언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법과 제도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하기도 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2020년 6월 5일 우리나라의 226개 기초지자체(지자체장이 부재했던 경남 의령군, 울산 남구 제외,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 포함) 모두가 1.5℃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비상선언을 했다. 7월 7일에는 환경부의 독려로 17개 특·광역시·도와 63개 기초지자체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226개의 ‘기초지자체 기후비상선언’은 기초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추진했으며,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거기에 더해 동시에 가장 많은 도시가 참여했다는 면에서 국제적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9월 24일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와 10월 28일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선언문에 서명했던 모든 시장·군수·구청장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사명과 책임감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비상선언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처음으로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비상선언을 주도했던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는 선언 직후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안내집을 제작·배포해, 지역에서 행정, 의회, 민간부문,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선언을 넘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몇몇 지자체들은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성해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했고, 그 결과 지역 역량 강화로 이어져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들, 시민과 협력하여 탄소중립 정책 시행

 

광주광역시는 2019년 겨울부터 행정, 의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해, 이행 주체들이 같은 강의를 들으며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거버넌스를 구성해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정책 수립, 기후위기 조례 발의 및 통과 등 선도적인 활동들을 이어 나갔다.

 

대전광역시 대덕구는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RE100 캠페인을 진행하고, 탄소인지예산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시도해, 예산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했다. 특히 대덕구는 시민참여 정책을 많이 실행했는데, 에너지전환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에너지카페’를 조성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민참여와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일과시간에 관용차로 사용하는 전기차를 주말과 평일 저녁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해 화성시민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공공기관 주차장을 늘리지 않고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자동차 개인소유를 줄이는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고양시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정책 목표로 삼고, 상징적 의미를 지닌 ‘나무권리선언’을 하고, 습지를 비롯해 탄소저장을 할 수 있는 녹지를 보존하도록 했으며, 킨텍스의 일부 땅(C4 용지)을 ‘미래용지’라는 이름으로 30년 동안 매각을 금지하는(난개발을 못 하도록)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정책 기준으로 삼고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막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고, 전국에서 최초로 에너지센터를 설립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모범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행했다.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 _ 2020. 6. 5(출처: 당진시청)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 _ 2020. 6. 5(출처: 당진시청)

 

 

한국 정부 기후위기 대응 정책 시행 시급

 

2021년 8월에 승인된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09℃ 상승했고,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명백하게 인간의 산업 활동임을 밝혔고, 지금과 같은 삶의 형태를 가진다면 세기말에 약 4.4℃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공포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하며, 지금 인류는 공동으로 협력하거나 집단 자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 현재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 특히 87%에 이르는 에너지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을 단지 원자력발전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추진하고 있고, 반면 재생에너지는 보급목표와 확산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정책의 실질적인 이행 주체인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한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할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최전선, 지역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과 그 이후의 과제

 

2022년 3월부터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이전의 「녹색성장 기본법」에 비해 지역의 권한과 역할이 강화되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명문화되었기에, 지역은 그에 맞추어 정책·계획·조례를 재정립해야 하고, 기후변화영향평가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시행해야 하며, 탄소중립도시와 정의로운전환 특구로 지정되면 각각의 목적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 적응대책의 수립·시행과 기후위기 대응 사업 시행을 평가해야 한다.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탄소중립 실행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의 온실가스 종합정보를 구축해 공개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를 구성해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을 주도할 수 있다. 또한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지자체 기후위기 대응 활동, 교육·홍보, 사회 취약계층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했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된 지자체장들은 글로벌 과제인 탄소중립 정책의 연속성을 무시하고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흔적을 지우려고 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범적인정책을 시행하던 지자체들도 법과 시행령에 근거해, 기본만 지키려는 소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결정자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지역 주도의 탄소중립 정책은 요원해 보인다.

 

기후위기의 최전선, 지역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

 

2022년 12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표명했다. 인권위는 기후위기는 인권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기후위기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하도록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취약계층을 유형화하고,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설정하고,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도 설정하여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감축 의무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을 반영해 설정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도입으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 관련 통합적 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인권위의 의견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모든 부문의 인권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역 현장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이다. 기후재난의 현장 가장 앞에서 지역주민의 옆을 지키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고 책무이다. 일상이 된 기후재난으로부터 주민을 지키고, 기후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인권위의 권고를 가장 잘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가지고 있다. 지역의 취약계층 현황 파악과 실질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정의로운 전환으로 발생하는 지역의 산업·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자리의 전환만이 아니라, 불평등과 기후정의를 포함하는 녹색전환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곧 발표될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초안에 지역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찾을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하면 된다.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과 박진미 녹색전환연구소 객원연구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정책을 연구하며, 기후운동을 펼쳐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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