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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3.01]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왜 찔끔 변할까

글. 이은호(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왜 찔끔 변할까

 

안 하는 것보다 하는 척이 더 나빠요

 

강남대로가 물에 잠겨 떠다니던 버스와 자동차, 전국 각지를 위협했던 산불, 남부 지방을 최근까지 고생시킨 가뭄…. 작년, 기후위기가 만든 기후재난의 풍경 앞에 안전한 지역은 없었다. 한편 기후위기는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 외에도, 에너지 물가, 밥상과 장바구니 물가라는 얼굴로 우리 지갑과 일상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렇게 심각하고 절박한 기후위기. 세계적인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로만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하지 사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와 국회처럼 권한을 가지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들은 더 심각하다. 온실가스 배출, 곧 탄소배출을 줄여야 함에도 계속해서 늘리는 사업을 벌인다. 그레타는 가족과 함께 쓴 책에서 자기 나라를 이렇게 비판한다. “어떤 날은 달성해야 할 기후 목표를 제시하더니 다른 날은 비행장을 확장해서 승객을 세 배로 늘리고 친환경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식이네요. 다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모두가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사람들 같아요.” 또 이런 말도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실제 변화는 없이 ‘하는 척’ 하는 게 더 나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60개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돌리는 것은 물론 이 좁은 땅 덩어리에 10개 가까운 공항을 새로 짓겠다고 한다. 친환경 수성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반대 퍼포먼스를 한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수출 건만 보더라도, 연간 최대 660만 톤(t)의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5년 동안 73조 원을 들여서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으로 줄어드는 탄소배출량이 1,229만 톤이라고 한다. 붕앙2 석탄발전소 하나만 2년간 최대로 돌리면 바로 초과하는 양이다. 병이 났는데 원인은 치료하지 않고 당장 아픈 증상만 돌보는 셈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커다란 결단과 전환이 필요한데 찔끔 바뀌는 척만 하고 그친다.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일상의 실천을 넘어 상상력을

 

먼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결국 정부와 국회, 기업이 움직일 때 진짜 변화가 가능하고,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힘과 권력은 사실 우리한테 있다. 생각해 볼 장면을 하나 소개하겠다. 벌써 수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다. 파격적인 발표였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선언문에는 정부가 잘하겠다, 기업이 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표현은 있었지만 시민의 역할 언급은 없었다. 국민 개개인의 작은 실천 이야기만 있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이걸로 충분할까? 석탄발전소를 꺼야 하고(노동자와 지역의 생존을 고민하면서), 에너지 사용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늘려야 하고, 전기요금도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 불편하고 부담이 크겠지만, 국난 극복을 위해 함께해 달라, 우리는 같이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왜 찔끔 변할까

 

우리는 안 쓰는 플러그 뽑기, 쓰레기 줍기, 물 아껴쓰고 텀블러 들고 다니기 안에 우리의 역할을 한정짓곤 한다. 일상의 실천은 나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변화시키고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가령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해 경비실에 냉난방용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과자 회사에 요구해서 플라스틱 용기를 바꾸도록 할 수 있다. 재고가 된 새 옷들을 폐기하고 불태우지 않도록 의류산업에 요구할 수도 있다. 다니는 대학교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기후문제 전담 부총장과 예산을 만들고,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는 은행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할 수도 있다.(물론 대학도 화석연료 업체 투자를 멈춰야겠지만) 지자체 및 의회 활동을 감시하고 요구하는 일도 물론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그렇지만 상상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명랑한 책임감이다. 많이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 세대는 기후위기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독자 여러분이 책임감을 가지고 상상력을 함께 실천에 옮겼으면 한다. 우리는 시대의 관객이나 구경꾼이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우울함과 비장함만이 아닌, 명랑함을 지키면서 나섰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지키고 싶은 풍경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은 우리를 싸우도록 하지만 계속 싸울 수 있게 하는 것은 희망이니까. 기후활동가 루퍼트 리드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다가오는 파국을 매우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파국을 우리 코앞에 다가온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파국의 도래를 막기 위해 충분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왜 찔끔 변할까

 

이은호(청연) –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전문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활동가들이 아닌 시민들과 함께 기후세력을 만들고자 고민과 작당 중입니다. 상상력과 행동으로 함께하고 싶으신 사람은 blueuten@gmail.com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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