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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사이에서 해법 찾기

줌인1 <특집> [2019.11] 플랫폼노동, 기술혁신과
위험성 사이에서 해법 찾기

글 김종진

 

몇 년 전과 달리 일자리 지도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버나 배달앱으로 표현되는 ‘플랫폼노동’이 사회적 이슈다. ‘타다’ 드라이버, ‘요기요’ 라이더, ‘쿠팡’ 플렉스 기사, ‘대리주부’ 가사서비스 직업이 대표적이다. 이미 배달업 다수는 플랫폼노동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은 우리에게 기회일까, 장애일까.

 

새로운 산업 생태계, 플랫폼노동

플랫폼노동 대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플랫폼노동 취업자는 2%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술발전으로 온라인 노동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해마다 온라인 노동은 26%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및 크리에이티브, 멀티미디어 직업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부둣가’나 ‘디지털 갤리선 노예’처럼 일감 찾는 가상이민과 같은 표현도 사용한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영국에서 플랫폼노동 규모는 취업자의 0.5%~4.0%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 플랫폼노동 규모가 발표되었는데 취업자의 약 53만 명(1.5%∼2.3%)이다. IT나 물류유통 산업의 규모를 보면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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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의 현실

플랫폼노동자들이 일을 선택한 이유와 노동조건은 어떤 상황이고, 플랫폼노동은 전업과 부업 중 어떤 형태가 더 많을까. 그리고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첫째, 플랫폼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은 일감을 찾기 쉽거나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일거리를 구하기 쉬워서(28.9%)’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28%)’가 다수였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적절한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거의 대부분이 계약체결이 없거나(65.4%), 표준계약(16.4%)을 체결했다. 플랫폼노동은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거나 소득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평균 5.1일 일하고 6일 이상의 비율도 56.9%나 되었고, 3일 이하는 13.7%에 불과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36.9시간이었으나, 52시간 이상 비율도 23.5%나 되었고, 15시간 미만은 21.1% 정도였다(한국고용정보원, 2019). 결국 삶에 직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직업에 삶을 맞추고 있는 플랫폼노동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플랫폼노동으로 얻는 소득은 주 소득이 많았지만 일부는 부업 성격도 확인된다. 플랫폼노동이 주 소득인 비율은 65.5%였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실적급 형태의 수수료(69.9%)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플랫폼노동 수수료는 평균 1,534원(3천 원 이상 29.4%, 5백 원 이하 45.8%)이었는데, 시장경쟁으로 수수료가 낮아진 탓에 소득 불안정에 놓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노동자들 대부분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이유로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서도 낮았다. 특히 고용보험 적용률은 비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며, 음식배달, 퀵서비스 직종의 고용보험 적용 율은 더 낮았다.
셋째, 플랫폼노동은 3자 혹은 4자 체계인데, 플랫폼 제공자-대행 자-수요자(고객)-공급자(독립계약자) 관계로 구성된다. 다면적 시장에서 계약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플랫폼노동은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로 배달이나 운송서비스 및 가사서비스 플랫폼노동에서 불법파견이 논쟁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특성상 대부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매개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표준적인 서비스와 매뉴얼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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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의 명암

플랫폼노동이 노동시장 유연화나 자율적인 근무형태 같은 유인이 있다고 하지만 여성 일자리가 남성보다 더 많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정규직을 찾을 수 없어 더 많은 시간동안 일하기를 원하는 ‘저고용’(under-employment) 문제가 가사서 비스 플랫폼노동에서 확인된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젠더 격차는 IT나 전문기술 플랫폼노동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디지털 경제시대 노동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ILO는 플랫폼노동을 온라인 작업의 ‘웹’(web) 기반 일자리와 배달운송·가사서비스 작업처럼 ‘지역장 소’(local) 기반 일자리로 구분한다. 언론에 알려진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플랫폼노동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소득 수단을 제공한다. 앞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 가치 창출인데, 제조업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표현처럼 플랫폼노동은 기존 유해 환경에서 벗어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이 자유로운 일자리도 있다. 꼼꼼히 봐야겠지만 가사서비스 영역처럼 비공식 부문의 일이 공식부문으로 전환된 긍정성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노동 산업은 명확한 사용자가 없어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도 한다. 플랫폼노동자 다수가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 자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이나 휴일 휴가, 퇴직금, 사회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플랫폼노동은 보수가 낮고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제공받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노동자들은 기존보다 더 심각한 정도의 시간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도 많다. 대표적으로 일감이나 콜 대기 상태의 시간 압박(being on call)이다. 일감을 찾는 시간이나 응답시간을 놓치면 소득이 상실되기에 항상 긴장 속에 놓여 있다. 재택근무자들 중 일부는 집에서 대기시간과 노동시간을 혼재하여 지불노동과 가사노동, 일하는 시간 사이의 모호성도 확인된다.
특히 플랫폼기업의 고객 서비스 평점이나 리뷰 시스템이 그렇다. 고객 평가는 소득과 일자리에 직결된다. 좋은 평가는 등급 향상으로 연결되고, 본인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업은 서비스 평가가 낮은 사람들을 회원 목록에서 탈퇴시키기도 한다. 플랫폼노동자들 스스로 ‘별점 노예’라는 표현은 이를 잘 반영한다. 게다가 작업과정의 실시간 GPS(위치 추적기)나 APP(응용 소프트웨어)을 통한 전자감시기술의 IT통제도 작동되고 있다. 결국 고객에 의한 통제가 단순 통제가 아닌 일자리 상실의 신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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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 사회적 보호 필요

이미 플랫폼노동은 국경을 초월하기에 노동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계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시정할 공식적인 제도도 없다. 일부 고숙련 일자리를 제외하면 중간 수준의 일자리들이 저숙련 플랫폼노동으로 대체될 개연성도 많다. 앞으로 플랫폼노동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최소한의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 이미 대안적 논의는 시작되고 있다. 시장에서의 표준적인 계약과 수수료 책정, 계약방식이나 고용형태와 상관없는 사회안전망 적용, 데이터 및 사생활보호, 알고리즘과 정보 비대칭성 논의까지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2017) 조사자료에서는 플랫폼 소득자의 68%가 스스로를 단지 소비자 또는 고객과 연결하기 위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립적인 노동자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26%는 스스로를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플랫폼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시 조사결과(2019)를 보면 다수의 시민은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보다 자영업자에 더 가깝다고 인식(51.3%)하고 있었다. 다만, 임금노동자나 학생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나 가사·주부에 비해 플랫폼노동을 노동자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시민 대부분은 플랫폼노동의 사회적 보호와 가이드라인과 같은 제도적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플랫폼노동의 대안적 논의는 비고용기간의 사회적 보호 접근,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소득 안정성과 교육훈련 제공, 고용 위계구조 속 공정한 대우확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이 보장 혹은 적용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세와 사회보장의 통합시스템 설계와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플랫폼 과세’를 통해 플랫폼노동자의 소득과 실업급여, 유급휴가, 교육훈련 등의 비용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노동법), 덴마크(단체협약), 이탈리아(사회협약)에서는 플랫폼노동자들에게도 임금노동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시도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을 발족하고, 205명의 전문가 및 시민들이 미래의 노동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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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님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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