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 동안 국제인권기준이 되는 주요한 국제인권조약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께서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의 문제는 더 이상 '자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공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국가들 사이에 약속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인 국제조약을 통해 인권의 문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적인 기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인권침해는 사라졌고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아동에 대한 학대가 사라졌나요?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나요? 이 세상에서 고문은 완전히 사라졌을까요? 장애인은 세계 어디를 가든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신들의 삶을 영유하고 있나요? 이 세상에서 고문 행위가 완전히 사라졌나요?

  '법'이나 '규범'은 활자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에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가치와 원칙을 실현하고 지켜내기 위한 '수호자'들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제인권기준의 현실화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가 아닙니다.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 역사를 보면 국제화한 인권의 가치는 권력 집단이나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인정되는 자연적 권리에 대한 사람들 사이의 보편적 인식으로부터 연유했으며 그것을 만든 것은 바로 '보통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이제는 국제화한 인권의 가치를 현실에서 수호한다는 것은 우리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인권에 대해 바로 알기'입니다. 즉 '당신과 타인의 권리를 알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일상 속에서 때때로 근거 없는 외국인 혐오증, 이성에 대한 비하와 공격을 포함한 선입관에 근거한 반인권적인 게시물과 댓글들이 간혹 보이기도 합니다. 국제인권기준을 이야기하면 이를 비하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입장으로 매도하거나 치부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쉽게 폄하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각의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에서 국제적으로 승인된 인권에 대한 교육과 담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부터라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가족 및 동료들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인 인권에 대해 토의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다음으로는 '관심 갖기'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에 무관심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대 국제 질서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하나는 인권이며 글로벌화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해외에서 발생하는 일로부터 우리 일상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국제인권 담론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갖는 발전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국제적인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변의 가족, 동료, 이웃에 대해 인권이라는 가치에 입각한 상호 이해와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아동학대로 사망하거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동 피해자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은 '실천하기'입니다. '실천'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로 내가 삶을 영유하는 가족, 내가 일하는 직장,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 모두 '평등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일상의 생활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인권에 근거한 배려는 개인적 취향이나 기호를 당신에게 강요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권은 피부색, 언어, 인종, 성별, 나이, 문화 등을 넘어 모두가 평등한 인간이기에 누려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다름 속에서 당연히 너와 내가 동등하게 누려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작은 행동 하나에서 상대방과 소통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우리 모두를 위한 인권의 수호자로 활동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따뜻한 빛의 반짝거리는 촛불의 물결 속에서 이익과 원칙이 충돌할 때는 원칙을, 원칙과 가치가 충돌할 때는 가치를, 가치와 가치가 충돌할 때는 인간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가는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오는 새해에는 매일 행복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