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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지 ‘1층이 있는 삶’ -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작성일 : 2022.04.22 00:00:00 조회 : 1888

‘1층이 있는 삶’

-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용섭소장

‘그 곳에 들어갈 수 있을까?’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음식점을 예약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는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겠지만, 휠체어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나의 경우에는 지인들과 약속장소를 정하려면 가장 먼저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나요?”

“장애인 화장실은 갖추어져 있나요?”

아무 음식점에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나에게 ‘맛집’은 음식이 맛있는 가게가 아니라, 경사로가 있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곳이다. 그래서 ‘음식 맛집’보다 ‘경사로 맛집’이 우선인 나에게 경사로가 설치된 가게는 무조건 단골이 될 확률이 높다. 무심히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습관처럼 주위를 살피고, 처음 가보는 곳이라도 접근성이 보장되는 가게는 유심히 봐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스마트폰에 기록해서 찾아가곤 한다.

그러나 접근성이 보장되어 있는 가게라도 모두가 휠체어 장애인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영업주와 이용자인 나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나는 식당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조금의 불편쯤이야 무뎌졌는데, 가게 주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좁은 공간에 전동휠체어가 들어와 의자 몇 개를 치우며 두 사람 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불편이고, 영업 방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장애인 손님이 있으면 ‘미관상 안좋다’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씁쓸한 거부를 당했던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장사한다지만, 그들은 특정인만 손님으로 보는 색안경을 쓴 게 분명하다. 받고 싶은 손님과 받기 싫은 손님을 거르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적어도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면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오갈 수 있는 가게, 주인도 손님도 서로 공생하며 존중받는 가게.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가게를 꿈꾸는 것이 그렇게나 불가능한 일인가?

1984년 김순석이라는 소아마비 장애인이 서울시장에게 ‘서울의 턱을 없애주시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돈이 있어도 물 한 모금 자유롭게 마실 수 없었고, 밥 한술 마음 놓고 먹을 곳이 없었다고 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턱 때문에 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행인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고, 육교를 오를 수 없어 차도를 건너다 무단횡단으로 경찰에게 잡혀가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런데, 2022년에도 김순석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1984년 휠체어 탄 장애인 김순석이 외친 절망은 2022년 오늘을 살아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도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1984년의 김순석이 식당 문 앞의 턱 때문에 배고픔을 참고, 가게 계단 앞에서 목마름을 참으며 돌아서야 했던 쓸쓸한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모든 가게를 1층처럼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우리는 매일, 매순간, 일상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하여, 누군가를 만나기 위하여, 혹은 무엇을 구매하기 위하여 어딘가를 찾아간다. 목적지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더 이상 장애인이 혼자 고민하고 눈치보고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속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장애인에게 1층이 있는 삶’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을 한다.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barrier-free가 충족되는 지역 사회를 위하여 ...

‘경사로 맛집’을 넘어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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