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형 폐지의 날’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 사회가 생명과 인권의 가치를 더욱 깊이 성찰하길 바라며 - -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은 우리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5년 10월 10일‘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생명권 보장의 본질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합니다.
□ 사형(死刑)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방법으로 그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형벌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집행 이후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총 113개국으로 1991년 48개국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형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비준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020년 사형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의 ‘유엔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에 처음으로 찬성한 이후, 2022년과 2024년에도 결의안에 대한 같은 입장을 유지하였습니다. 이에 국제사회로부터 사형제 폐지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을 심리 중입니다(2019헌바59).
□ 인간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사형은 모든 이에게 살인을 금지하면서, 국가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생명권을 부정한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 사형제 존치론 측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응보적 형벌의 필요성과 범죄억제 효과를 사형제 유지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 그러나, 사형은 생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형벌의 목적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판단은 얼마든지 잘못될 가능성이 있고 2007년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의 경우, 그 생명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또한 국가의 책무인 범죄 예방은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사회적 기반 조성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이러한 책무를 다하지 않고, 범죄 예방을 사형제 유지로 달성하려는 태도는 국가의 책임을 모호하게 합니다.
○ 사형의 유지 및 집행이 범죄억제의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검증된 바가 없고, 유엔 역시 사형제가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습니다.
□ 이에, 인권위는 생명과 인권의 가치를 다시 한번 역설하며 이번 10월 10일‘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국제사회와 함께 인권 보호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5. 10. 10.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